IBM 조사, 많은 CEO가 실질적 전략 없이 AI에 예산 투입

AI 투자 열풍의 이면, 불안감이 만든 착시 효과일까

최근 IBM이 전 세계 주요 기업의 CEO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글로벌 CEO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AI) 기술에 대한 투자가 구체적인 투자수익률(ROI) 분석보다도 '놓칠 수 없다는 불안감', 즉 FOMO(Fear Of Missing Out)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조사에 응답한 CEO 중 64%는 AI 도입을 결정할 때 ROI보다 경쟁 환경에서의 위치와 시장 흐름을 우선 고려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과는 현재 AI 기술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고 인식되지만, 이에 대한 전략적 접근보다는 유행을 따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FOMO는 자신만 중요한 기회를 놓칠까 봐 느끼는 불안감을 의미하는 용어로, 특히 기업 경영 환경에서는 경쟁사들이 AI를 도입하고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 압박으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많은 기업이 내부적인 데이터 분석이나 ROI 검토 없이 AI 관련 프로젝트에 예산을 배정하고 있으며, 그 결과 명확한 성과 없이 자원이 낭비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IBM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AI 프로젝트 중 기대한 ROI를 달성한 사례는 25%에 불과했다.

AI 기술은 높은 초기 투자 비용과 더불어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데이터 준비, 전문 인력 확보, 조직 문화의 변화 등 다층적인 요소가 필요한 복잡한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ROI 분석 없이 도입을 강행하는 것은 리스크를 크게 확대할 수 있다. 특히 AI는 생산성 향상 외에도 고객 경험 개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등 비정량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효과를 단기간에 평가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목표 설정과 성과 측정 기준 없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을 흐릴 수 있다.

AI는 아직까지는 도구일 뿐이며, 모든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마법의 열쇠가 될 수 없다. 기업의 특성과 당면 과제를 바탕으로 가장 필요한 영역을 식별하고, 단계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검증해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무작정 AI에 뛰어들기보다는 작고 명확한 목표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실질적인 효용을 평가하고, 이후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적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는 투자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동시에 조직 내부의 AI에 대한 이해와 수용도를 높이는 방법이기도 하다.

AI 도입에 있어 최고경영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경영진은 명확한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조직 전체가 AI 도입의 필요성과 목적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기술적인 문제뿐 아니라 인력 재교육, 조직 구조의 재정비 등 다양한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전체 조직이 함께 참여하고 협력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성공적인 AI 전략의 핵심이다.

IBM의 조사는 AI 기술 도입에 있어 기업들이 보다 전략적인 시각을 가져야 함을 시사한다. FOMO 심리에 의존한 기술 도입은 일시적인 경쟁 우위를 줄 수 있지만, 지속 가능한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ROI 분석을 바탕으로 한 냉철한 판단과 단계적 실행 전략을 통해 기업의 AI 활용이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기술은 수단일 뿐이며, 그 목적은 언제나 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기술의 유행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비전과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