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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초, 뉴욕 양키스의 홈런 쇼 이끄는 어뢰 배트

한상진스포츠
타자가 어뢰를 들고 타격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타자가 어뢰를 들고 타격하는 우스꽝스러운 일러스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메이저리그의 판도를 흔든 과학 기술 어뢰 배트(Torpedo Bat)

2025년 메이저리그 시즌 초반, 야구계의 관심은 뉴욕 양키스의 방망이에서 나오는 놀라운 공격력에 집중되고 있다. 특히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경기에서 한 팀이 단 한 경기 동안 무려 9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장면은 타격감 상승이라고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례적인 장면이었다. 이처럼 연달아 터지는 홈런포 뒤에는 선수 개인의 감각이나 컨디션 이상의 새로운 무언가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어뢰를 연상시키는 특이한 형태의 배트, 바로 '어뢰 배트'가 있었다.

어뢰 배트의 등장에는 애런 린하르트라는 인물을 알아야 한다. 린하르트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가진 타격 코디네이터로, 미국 MIT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미시간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한 과학자 출신이다. 린하르트는 야구를 단순한 스포츠로 보지 않고, 물리학적인 분석과 과학적 접근을 통해 타격의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 믿음은 오랜 시간에 걸친 실험과 설계로 이어졌고, 그 결과 탄생한 것이 어뢰 배트다.

기존의 야구 배트는 손잡이에서부터 점차 굵어지며 끝부분, 즉 배럴이라 불리는 부위에서 가장 두꺼워지는 형태를 띤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타격에 가장 적합한 구조로 여겨졌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이 구조에 익숙하다. 하지만 어뢰 배트는 전혀 다른 원리를 따른다. 이 배트는 중심부, 특히 공을 맞히기에 최적의 위치인 '스윗스폿' 부근이 불룩하게 튀어나와 있다. 그 모습은 마치 볼링핀이나 어뢰의 몸통처럼 생겼으며, 시각적으로도 확연히 구별된다. 어뢰 배트(Torpedo Bat)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다.

어뢰 배트의 구조는 특이함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물리학적으로 정밀하게 계산된 결과다. 어뢰 배트는 기존 배트와 달리 무게 중심이 배트의 끝이 아닌, 타자의 손과 가까운 중심부로 이동해 있다. 이렇게 되면 타자는 훨씬 더 빠르고 정밀하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게 된다. 이는 망치를 머리 쪽으로 들고 휘두를 때보다 손잡이 쪽에 무게 중심이 있을 때 더 민첩하고 정확한 조작이 가능한 원리와 같다. 배트 컨트롤이 쉬워지면, 투수가 던지는 공을 더욱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정타와 장타가 가능해진다.

어뢰 배트의 또 다른 특징은 공과의 충돌 순간에 발생하는 반발력의 극대화다. 불룩한 중심부는 충돌 순간에 마치 작은 트램펄린처럼 작용하여 공을 멀리 튕겨내는 효과를 제공한다. 이때 발생하는 불필요한 진동도 최소화되며, 타격 시 에너지 손실을 줄여준다. 그 결과 선수는 같은 힘으로 스윙해도 더 강력한 타구를 날릴 수 있게 된다. 이는 선수의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경기력은 향상시키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양키스가 이러한 어뢰 배트를 전격 도입한 이후, 팀 전체의 타격 지표는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홈런 수는 물론이고, 장타율, 타구 속도 등 다양한 세부 지표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를 비롯한 여러 팀들도 이 배트에 주목하고 있으며, 장비 도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전반의 분석가들과 장비 코치들 또한 이 새로운 배트가 가져올 영향력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이 항상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 경쟁 구단과 선수들은 어뢰 배트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혹시 규정의 사각지대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는 요소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배트는 원형 단면을 가져야 하며, 최대 지름이 2.61인치 이하이고, 표면이 매끄러워야 한다는 등의 조건이 있을 뿐이다. 어뢰 배트는 이러한 규정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이 배트는 규정을 어긴 것이 아니라, 허용된 틀 안에서 과학적 설계를 극대화한 합법적인 도전의 결과라는 점이 강조된다.

지금 메이저리그는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며 경기 수준을 끌어올릴 것인지, 전통적인 방식과 형식을 지켜야 할 것인지를 두고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장비 하나가 리그 전체의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어뢰 배트는 스포츠 기술의 진화가 어떻게 경기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 이 배트가 메이저리그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될지, 아니면 규정 조정을 통해 제동이 걸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뉴욕 양키스의 타자들이 휘두르는 어뢰 배트가 야구의 미래를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한상진

특정 종목에 국한되지 않고 축구, 야구, 농구, e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경기 안팎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입체적으로 해석합니다. 팬 문화와 미디어, 스포츠와 정치·경제의 교차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으며, 숫자와 스토리가 만나는 지점을 포착하는 데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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