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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기 위장암 환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치료 첫 임상서 완전 반응 사례 나와

김현희바이오
가위로 DNA를 자르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가위로 DNA를 자르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12명 대상 시험서 일부 암 성장 멈춰 한 명은 2년 이상 종양 없이 생존

말기 위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획기적인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전이성이 강한 말기 위장암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일부 환자의 암 진행이 억제되었고, 특히 한 환자에게서는 수개월에 걸쳐 전이된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완전 반응 상태가 확인되었다. 이후 2년 넘게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환자의 사례는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결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위장암 치료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인체에 직접 적용한 첫 사례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말기 위장암 환자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자 가위’로 불리며, DNA 내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 정확하게 잘라내거나 수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원인을 직접 수정하거나,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위장암은 위, 대장, 췌장, 식도 등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암으로, 전이성이 높고 말기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면역관문억제제 같은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는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종양에서 추출한 종양 침윤 림프구(TILs)를 이용해 환자의 면역세포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 면역세포들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체내에서는 여러 유전적 제약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인 CISH를 비활성화시켜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강화된 면역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되었다. 총 100억 개 이상의 편집된 면역세포가 실험실에서 배양되어 환자에게 투여되었으며, 치료 후 여러 환자에게서 암의 성장이 억제되는 등 의미 있는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한 명의 환자에게서는 이전 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전이성 종양들이 수개월에 걸쳐 완전히 사라졌고, 이후 2년 이상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면역세포의 유전자 편집을 통한 항암 효과가 실제 인체에서도 충분히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연구진은 아직 구체적인 유전자 편집 기전이나 세포 작용 경로에 대해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암세포의 생존과 전이에 중요한 유전자를 비활성화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강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번 연구는 제한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의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으며, 생산 과정의 간소화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적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CISH 유전자 억제를 보다 간편한 약물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 암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암 정복을 위한 기술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편집이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말기 전이성 암 치료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앞으로 수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현희

유전체 분석, 세포 치료제,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깊이 있게 추적해 왔습니다.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및 산업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탐색하며, 정책·규제와 기술 상용화의 접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AI 기반 분석 도구와 생물정보학 기술이 실험 설계와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기초 과학부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관점을 연결해 바이오 분야의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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