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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유전체 분석, 세포 치료제,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깊이 있게 추적해 왔습니다.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및 산업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탐색하며, 정책·규제와 기술 상용화의 접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AI 기반 분석 도구와 생물정보학 기술이 실험 설계와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기초 과학부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관점을 연결해 바이오 분야의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병원 침대에 앉아 있는 아기 이미지. 실제 인물과 관련 없음. AI 생성 이미지.

세계 최초 맞춤형 유전자 치료로 희귀 질환 아기 치료 성공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생후 9개월 된 아기 KJ가 세계 최초로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고 희귀 유전 질환인 CPS1 결핍증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CPS1 결핍증은 간에서 암모니아를 요소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효소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아 체내에 암모니아가 축적되는 희귀 질환이다. 이로 인해 뇌 손상이나 발달 지연을 초래하며, 생존을 위해서는 간 이식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약 130만 명 중 한 명의 비율로 발생하며, 환아의 절반은 생후 첫 주 내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KJ는 생후 1주일이 채 되기도 전에 이 질환을 진단받았으며, 초기에는 수막염이나 패혈증으로 오진될 수 있는 증상을 보였다. 당시 의료진은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며 치료 포기를 권유했지만, 부모는 적극적인 치료를 결정했다. 이 선택은 곧 의학적 이정표를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KJ는 생후 9개월 반이 되던 시점에 개인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를 받은 첫 번째 환자가 되었다. 이번 치료는 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을 활용하여, KJ의 간세포 내 돌연변이 유전자를 정확히 교정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진은 KJ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그에 맞는 맞춤형 치료제를 설계했고, 이를 지질 나노입자에 담아 간세포에 전달했다. 치료는 총 세 차례에 걸쳐 용량을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KJ는 치료 후 단백질 섭취가 가능해졌고 암모니아 수치를 조절하는 약물의 필요성도 줄어들었다. 이번 연구는 필라델피아 아동병원과 펜실베이니아 대학교가 주도했으며, 2025년 5월 15일 미국 세포 및 유전자 치료 학회 연례 회의에서 발표되었고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에도 공식 게재되었다. 전 FDA 고위 관료였던 피터 막스 박사는 이 치료의 의미를 강조하며, 미국 내 3천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7,000여 가지 희귀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맞춤형 유전자 치료가 기존의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 절차를 간소화하고, 더 많은 환자에게 빠른 치료 접근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막스 박사는 특히 이 기술이 단지 희귀 질환에 국한되지 않고, 낭포성 섬유증, 겸상 적혈구 빈혈, 헌팅턴병, 근육 위축증 등 더 흔한 유전 질환 치료에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를 “가장 잠재적으로 혁신적인 기술 중 하나”라고 부르며, 유전 질환 치료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현재는 맞춤형 유전자 편집 치료의 초기 단계로, 치료비용과 기술 접근성 등의 문제가 남아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기술이 향후 발전을 거듭할수록 더 많은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이번 KJ 사례는 이러한 미래의 가능성을 현실로 이끈 중요한 전환점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GLP-1 수용체를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GLP-1 수용체 작용제, 비만 관련 암 발생 위험 41% 낮춰

GLP-1 수용체 작용제가 당뇨병 치료와 체중 감량 효과를 넘어 암 예방이라는 예기치 않은 건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클랄릿 헬스 서비스의 연구팀은 GLP-1 계열 약물이 비만 관련 특정 암의 발생 위험을 41%나 낮출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는 eClinicalMedicine 저널에 게재되었으며, 체중 감소 효과를 넘어선 직접적인 항암 효과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비만은 다양한 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폐경 후 유방암, 대장암, 자궁내막암, 간암, 신장암 등 여러 암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과도한 체지방은 만성 염증 상태를 유발하고,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며, 이는 결국 암세포의 성장 환경을 조성하게 된다. 따라서 비만 관리는 암 예방의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여겨져 왔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원래 제2형 당뇨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되었지만, 식욕 억제와 포만감 증대를 통해 체중 감량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약물은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GLP-1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자극하고 혈당을 조절하는 동시에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위장 운동을 지연시킨다. 이번 연구에서는 BMI가 35 이상인 비만 및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암 병력이 없는 6,356명을 대상으로 GLP-1 약물 복용자와 비만 수술자 그룹을 나눠 평균 7.5년간 추적 관찰했다. GLP-1 약물 복용자는 리라글루티드, 엑세나티드 등 1세대 약물을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한 환자들이며, 이들과 체중, 나이, 성별 등 조건을 일치시킨 비만 수술 그룹과 비교했다. 초기 분석 결과 두 그룹 모두 비슷한 비만 관련 암 발생률을 보였다. 비만 수술을 받은 3,178명 중 150명, GLP-1 약물을 복용한 3,178명 중 148명에게서 암이 발생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체중 감량 정도를 변수로 고려한 추가 분석을 통해 중요한 차이를 발견했다. 비만 수술은 일반적으로 GLP-1 약물보다 더 큰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이를 보정한 결과 GLP-1 약물 복용자들의 암 발생 위험이 41% 더 낮았던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GLP-1 약물이 체중 감량 외에도 암 발생 억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한다. 현재로서는 그 메커니즘이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성 염증 억제, 인슐린 민감성 개선, 세포 내 암 관련 신호 전달 경로 차단 등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만성 염증은 암 발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이를 줄이는 효과가 암 예방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관찰 연구에서 도출된 것이므로 인과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연구는 1세대 GLP-1 약물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2세대 혹은 차세대 GLP-1 약물에 대한 추가 연구도 요구된다. 비만과 관련되지 않은 암에 대한 효과도 향후 연구에서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 역시 강조되었다.

가위로 DNA를 자르는 모습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말기 위장암 환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치료 첫 임상서 완전 반응 사례 나와

말기 위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최초의 크리스퍼(CRISPR/Cas9) 유전자 편집 기술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상의 획기적인 결과가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전이성이 강한 말기 위장암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는데 일부 환자의 암 진행이 억제되었고, 특히 한 환자에게서는 수개월에 걸쳐 전이된 암세포가 모두 사라진 완전 반응 상태가 확인되었다. 이후 2년 넘게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 환자의 사례는 암 치료의 새로운 장을 여는 결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은 위장암 치료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인체에 직접 적용한 첫 사례로,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말기 위장암 환자에게 실질적인 효과를 입증한 점에서 의의가 크다. 크리스퍼 기술은 ‘유전자 가위’로 불리며, DNA 내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 정확하게 잘라내거나 수정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적 특성은 유전자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원인을 직접 수정하거나, 면역세포의 기능을 강화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암 치료에 활용될 수 있다. 위장암은 위, 대장, 췌장, 식도 등 소화기관에 발생하는 암으로, 전이성이 높고 말기 단계에서는 대부분의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특히 항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 치료, 면역관문억제제 같은 표준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는 생존 가능성이 극히 낮았기 때문에 새로운 치료법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이번 연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적용하는 시도를 처음으로 수행했다. 연구진은 종양에서 추출한 종양 침윤 림프구(TILs)를 이용해 환자의 면역세포를 강화시키는 전략을 선택했다. 이 면역세포들은 암세포를 인식하고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체내에서는 여러 유전적 제약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크리스퍼 기술을 활용해 특정 유전자인 CISH를 비활성화시켜 T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고, 강화된 면역세포를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으로 치료가 진행되었다. 총 100억 개 이상의 편집된 면역세포가 실험실에서 배양되어 환자에게 투여되었으며, 치료 후 여러 환자에게서 암의 성장이 억제되는 등 의미 있는 반응이 나타났다. 특히, 한 명의 환자에게서는 이전 치료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던 전이성 종양들이 수개월에 걸쳐 완전히 사라졌고, 이후 2년 이상 재발 없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면역세포의 유전자 편집을 통한 항암 효과가 실제 인체에서도 충분히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연구진은 아직 구체적인 유전자 편집 기전이나 세포 작용 경로에 대해 모든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이러한 방식은 암세포의 생존과 전이에 중요한 유전자를 비활성화하거나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강하게 공격할 수 있도록 조절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물론 이번 연구는 제한된 수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초기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의 장기적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또한, 다양한 암 유형에 대한 적용 가능성도 탐색하고 있으며, 생산 과정의 간소화 및 비용 절감을 위한 기술적 개선도 병행하고 있다. 향후 CISH 유전자 억제를 보다 간편한 약물 형태로 구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연구되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이 암 치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향후 암 정복을 위한 기술 발전에 강력한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유전자 편집이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말기 전이성 암 치료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며, 앞으로 수많은 암 환자와 가족들에게 실질적인 희망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NVLPE를 표현한 그래픽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ENVLPE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효율 4배 향상1

유전자 편집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예고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UC 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체내 적용을 가로막던 가장 큰 난제였던 효율적인 전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인 ENVLPE(Engineered Viral-Like Particle Envelope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의 외피 구조를 모방해 설계된 비바이러스성 전달체로, 크리스퍼 구성 요소의 세포 내 전달 효율을 기존 대비 최대 4배까지 향상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인해 유전 질환 치료, 기능성 유전자 연구,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치료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크리스퍼 시스템(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을 목표 세포 안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기존에는 바이러스 벡터나 지질 나노입자(LNP)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각각 면역 반응 유발이나 낮은 효율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ENVLPE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바이러스의 감염 메커니즘에서 착안하여 입자의 외피를 항체 기반 단백질로 코팅함으로써 특정 세포 표면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게 한다. 동시에 Cas9-RNP(리보핵단백질 복합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세포 내로 효율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VSVGmut라는 특수 융합 단백질도 적용되었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ENVLPE 시스템은 특정 세포에 대한 표적 전달과 높은 편집 효율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실험에서는 인간화된 면역계를 가진 생쥐 모델에서 ENVLPE를 통해 T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편집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T세포에만 선택적으로 Cas9-RNP 복합체가 전달되어 유전자 편집이 이루어졌으며, 간세포 등 다른 비표적 세포에는 편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ENVLPE가 체내에서 특정 세포를 정확히 골라 편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다. 또한 ENVLPE 기술을 활용하면 체외에서 복잡한 조작을 거치지 않고 체내에서 직접 CAR 유전자를 삽입한 CAR T세포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적 진전은 유전자 치료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방식보다 적은 양의 크리스퍼 구성 요소로도 높은 편집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과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특히 표적 세포에 대한 정밀한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은, 오프타겟(off-target) 효과를 줄이고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손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ENVLPE 기술은 특정 세포나 조직을 선택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맞춤형 유전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ENVLPE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서 실제 임상 적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안정적인 공정 개발과 함께, 장기간 체내에서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실질적인 치료 기술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NVLPE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최적화된다면,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또 다른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AI로 생성한 알약 이미지.

노보 노디스크 '먹는 위고비', FDA 문턱 넘었다… 승인 청신호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가 개발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 신청(NDA) 접수를 통과하면서, 비만 치료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번에 FDA가 신약 허가 신청을 접수한 경구용 위고비는 기존 주사제 형태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위고비의 알약 형태로, 승인을 받게 되면 최초의 경구용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 기반 비만 치료제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다. FDA는 해당 신약에 대한 최종 승인 여부를 2025년 4분기에 결정할 예정이다. 위고비는 당초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오젬픽(Ozempic)과 동일한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이 약물은 GLP-1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용하여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식욕을 억제하며 위의 배출 속도를 느리게 하여 체중을 감량하는 효과를 낸다. 이러한 작용 메커니즘 덕분에 위고비는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불릴 정도의 반향을 일으켰고,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체중 감량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기존 위고비는 일주일에 한 번 직접 주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고, 일부 환자들은 주사에 대한 심리적 저항감이나 바늘 공포증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는 주사제의 불편함을 줄이고 보다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경구용 제형 개발에 주력해 왔다. 이번 경구용 위고비는 바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한 것으로, 동일한 체중 감량 효과를 내면서도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 FDA의 NDA 접수는 제출된 임상 시험 데이터와 안전성, 유효성 등의 정보가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갈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및 관련 질환을 가진 성인 3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후기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이 임상에서는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 25mg을 투여한 그룹이 위약 대비 유의미한 체중 감소를 보였다는 결과를 얻었다. 현재 비만 치료 시장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GLP-1 계열 치료제는 이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미국의 일라이 릴리(Eli Lilly)도 자사의 주사제인 티르제파타이드(tirzepatide)에 이어, 경구용 제형인 오르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개발 중이며, 올해 말까지 비만 치료제로의 승인 신청을 계획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보 노디스크가 최초로 경구용 GLP-1 치료제의 FDA 승인을 받게 될 경우, 이는 비만 치료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경구용 위고비는 기존 주사제에 비해 복용이 간편하고 접근성이 높아, 보다 많은 환자들이 비만 치료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결국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시장의 확대와 함께 노보 노디스크의 시장 지배력을 더욱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FDA의 최종 승인까지는 여전히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필요하며, 추가 데이터 제출이나 보완 요구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이에 대비해 후속 연구와 자료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경구용 위고비는 향후 환자 치료 접근성 개선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주사제를 대체할 수 있는 효과적인 알약 형태의 치료제가 시장에 등장한다면, 비만을 관리하는 방식을 보다 개인화하고 환자 중심의 치료로 나아가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FDA의 심사 결과에 따라 경구용 위고비의 시장 진입 여부가 결정될 이 시점에서, 전 세계 제약 업계와 환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상승하는 그래프(매출 성장 상징)와 동아시아 지도 위에 폭풍 구름과 경고 표시(중국 시장의 잠재적 문제 상징)가 겹쳐진 그래픽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AI 생성 이미지

아스트라제네카 1분기 성장세 속 중국 리스크 우려 확산

영국의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2024년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시장 기대에 다소 미치지 못한 결과와 함께 중국에서 진행 중인 반부패 조사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분기 총매출이 전년 대비 19% 증가한 126억 8천만 달러를 기록했고, 핵심 주당순이익(Core EPS)도 7%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과는 항암제, 심혈관·신장·대사(CVRM), 호흡기·면역(R&I) 등 주요 치료 분야에서 고른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매출 측면에서는 시장의 컨센서스를 하회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일부 투자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겼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실적 미달의 배경으로 제네릭 약물, 즉 복제약과의 경쟁 심화를 지적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특정 약물의 특허가 만료될 경우, 동일 성분의 복제약이 시장에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는 기존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회사 전체 수익성에도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특히 호흡기 질환 치료제 등 일부 주력 제품군에서 이러한 복제약과의 경쟁이 수익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아스트라제네카의 항암제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강력한 성장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 면역항암제 '임핀지', PARP 억제제 '린파자', 그리고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공동 개발한 항체-약물 접합체(ADC) '엔허투'는 모두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블록버스터 약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는 회사의 연구개발 역량과 성공적인 신약 파이프라인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연간 실적 목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가이던스는 총매출과 핵심 주당순이익 모두 낮은 두 자릿수에서 10%대 초반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25년에도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탄탄한 신약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투자, 효율적인 사업 운영 전략 등을 근거로 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밝은 전망에는 중국 시장에서의 반부패 조사라는 변수도 존재한다. 아스트라제네카는 현재 중국 당국으로부터 자사 직원들이 보험 사기 및 불법 의약품 수입 등과 관련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은 아스트라제네카에게 있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이번 조사는 단기적으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항암제를 포함한 주요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시장에서 규제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회사 전체 실적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번 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당 조사에 대해 일부 정보를 공개했으나, 분석기관 인트론 헬스는 회사가 제공한 정보의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인 조사 내용이나 파급 효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여전히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시장은 이 조사가 벌금, 사업 제한, 혹은 기업 평판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시장은 의약품 산업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며,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따라서 이번 조사의 결과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의 중국 내 사업 운영과 성장 전략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불확실성은 장기적으로 회사의 글로벌 실적과 주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바이오 분야의 성장을 표현한 일러스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노바티스, 장밋빛 전망 제시… 2025년 실적 가이던스 상향 조정

스위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제약사 노바티스(Novartis)가 미래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노바티스는 최근 발표를 통해 2025년까지의 매출 및 이익 목표치, 즉 실적 가이던스를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의 사업 전략이 안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반영하는 지표로,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금융 분석 회사 제프리스(Jefferies)는 노바티스의 발표가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이며, 기업의 견고한 성장 기반에 대한 신뢰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바티스가 이번 가이던스 상향을 자신 있게 제시한 배경에는 최근의 뛰어난 실적이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핵심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웃도는 성과를 내면서, 회사의 수익성과 경영 효율성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매출 증가는 혁신 의약품들의 판매 호조가 이끌었으며, 매출 총이익률 개선과 연구개발 비용의 효율적인 관리도 주목할 만한 성과로 평가된다. 이는 단순히 제품을 많이 판매한 것이 아니라, 이익을 높일 수 있는 경영 전략을 병행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했음을 보여준다. 노바티스의 혁신 의약품 포트폴리오는 회사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 유방암 치료제 키스칼리, 면역 질환 치료제 코센틱스,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 다발성 경화증 치료제 셈핀타 등은 각 치료 영역에서 탁월한 효과와 안전성으로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 이들 의약품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창출하고 있으며, 회사의 전략적 방향인 혁신 중심의 집중화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노바티스는 제네릭 의약품 사업부인 산도스를 분사하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혁신 신약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이는 수익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되고 있다. 매출 총이익률의 개선은 고수익 의약품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제품별 원가 관리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도 함께 시사한다. 여기에 연구개발 비용에 대한 전략적 접근 역시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제약사에게 연구개발은 필수적인 투자이지만, 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에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노바티스는 이러한 비용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면서도 성과를 내는 데 성공하며, 무리한 지출이 아닌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경영 효율화를 실현하고 있다. 실적 가이던스의 상향 조정은 회사의 미래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내는 신호이다. 이는 단기적인 실적뿐 아니라 장기적인 성장 전략에 있어서도 확신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시장과 투자자들의 관심을 더욱 끌게 된다. 실적 가이던스는 기업이 향후 특정 기간 동안의 매출이나 수익 전망치를 자발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외부 이해관계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정보로 작용한다. 노바티스의 가이던스 상향은 기업 내부의 긍정적인 전망과 동시에 외부 시장에도 회사의 성장 가능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실적 가이던스 상향은 노바티스의 혁신 중심 전략이 성공적으로 실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심혈관, 항암, 면역학, 신경과학 등 주요 치료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들을 통한 지속적인 매출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 인수합병과 연구개발 확대를 통해 이러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왔으며,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이번 실적 개선과 가이던스 상향이라는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제약 산업은 특허 만료에 따른 복제약 경쟁, 정부의 약가 규제, 신약 개발 성공의 불확실성 등 여러 리스크 요인에 노출되어 있지만, 노바티스는 이에 대한 대응 전략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강력한 신약 후보 물질 보유와 함께, 각종 임상 시험에서의 긍정적인 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미래 성장 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디지털 헬스케어, 정밀 의료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맞춰 유연하게 전략을 조정해 나가고 있다.

의료 기술의 발전을 표현한 일러스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새로운 의료기기 시장 진입 빨라진다… 절차 간소화로 환자 접근성 높여

정부가 혁신적인 의료기술이 실제 의료 현장에 더 빠르게 도입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신의료기술평가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새로운 의료기기가 시장에 진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절차 간소화 방침을 발표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은 오는 6월 9일까지 입법예고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조치는 환자들이 최신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를 더 신속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해 치료 기회를 넓히는 동시에,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의료기기를 실제 진료에 사용하기 전 그 안전성과 유효성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검토하는 제도로, 그동안 국민 건강을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기술의 발전 속도가 매우 빨라지면서 기존 평가 제도가 혁신 기술의 신속한 도입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기술 개발 이후 상용화까지의 시간이 길어지는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환자의 치료 기회를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졌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절차의 효율성 강화에 있다. 구체적인 개정 내용은 추후 확정되겠지만, 보건복지부는 이미 안전성이 검증된 기술에 대해서는 평가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유예, 혹은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혁신성과 환자 필요도가 높은 기술일수록 절차의 문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될 전망이다. 이는 과도한 행정 절차를 줄여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시장 진입까지의 시간을 앞당기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절차 간소화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는 안전성 검토를 결코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기술의 특성상, 기본적인 안전성 확보는 절대적인 전제 조건으로 유지된다. 따라서 위험성이 존재하는 기술이나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기술에 대해서는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엄격한 평가 기준이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실제 수혜자는 환자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기존 치료법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응급 상황에서 빠른 기술 도입이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환자 입장에서 이번 조치는 실질적인 의료 접근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산업계에도 이번 조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동안 기술을 개발하고도 시장 진입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서 발생했던 비용과 불확실성이 줄어들게 되면,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게 된다. 이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의료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한다면 기술 개발부터 실제 치료 현장 적용까지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도가 현실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절차 간소화가 곧바로 안전성 검토의 약화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감독이 병행되어야 하며, 시장에 진입한 기술에 대한 사후 평가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예기치 않은 부작용이나 문제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해야 하며, 이러한 조치를 통해 국민이 안심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가 진정으로 의미 있는 변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모든 이해당사자의 신중한 대응과 지속적인 점검이 필수적이다.

남성이 IV 주사를 맞고 있는 장면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알츠하이머 신약 레켐비 유럽 사용 승인 확정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Leqembi)'의 사용을 공식 승인하면서 치매 치료 분야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 치료제는 일본의 에자이(Eisai)와 미국 바이오테크 기업 바이오젠(Biogen)이 공동으로 개발했으며,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 환자에게 적용된다. 특히 뇌 속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Amyloid beta plaque)'라는 단백질 덩어리가 확인된 환자 중 아포지단백 E ε4(Apolipoprotein E ε4, ApoE ε4) 유전자를 갖고 있지 않거나 한 개만 보유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다. 이 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과 치료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켐비는 EU 내에서 최초로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다.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가 주로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데 집중한 반면, 레켐비는 병의 진행 자체를 늦추는 기전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받고 있다. 이 약물은 뇌에 쌓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표적하여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진행된 임상 3상 시험에서 레켐비를 복용한 환자들은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들보다 인지 기능 저하 속도가 약 27% 더뎌지는 효과를 보였다. 인지 기능에는 기억력과 판단력, 사고력 등이 포함되며, 이러한 기능 저하가 늦춰지는 것은 환자들이 보다 오랜 시간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레켐비의 사용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으로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Amyloid 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현상이 있다. 이 현상은 뇌의 일시적인 부종이나 미세한 출혈을 수반할 수 있으며, 심할 경우 신경학적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치료 전에는 반드시 ApoE ε4 유전자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 검사가 필요하다. 또한 치료 중에는 정기적인 뇌 MRI(자기공명영상) 촬영을 통해 부작용 여부를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이와 같은 안전성 관리 절차는 환자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 요소로 간주된다. 레켐비의 유럽 승인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2024년 7월, 유럽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ARIA 발생 가능성 등의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레켐비의 승인을 처음에는 권고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에자이는 이의를 제기하며 재심사를 요청했고, 2024년 11월 CHMP는 제한적인 조건 하에서 약물 사용을 허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꾸었다. 이후 수개월 간의 추가적인 검토와 논의를 거쳐 2025년 4월, EU 집행위원회가 최종적으로 승인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승인에도 불구하고, 레켐비의 실제 유럽 시장 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이에 대한 기대는 신중한 편이다. TD 코웬 증권의 필 나도 분석가는 레켐비의 유럽 내 확산 속도가 미국과 마찬가지로 지연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 이유는 치료 대상자의 선별을 위한 정밀한 진단과 함께 유전자 검사, 정기적인 MRI 검사 등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치료 절차 때문이다. 유럽 각국은 서로 다른 의료 체계와 보험 정책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과정을 일괄적으로 구현하기 어렵다. 에자이와 바이오젠은 현재 유럽 시장 내 레켐비 유통 및 판매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에자이가 주도적으로 제품 공급을 담당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의료 인프라 수준과 정책이 상이한 점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아밀로이드 PET 스캔이나 뇌척수액 검사 같은 진단 장비의 보급률, 유전자 검사 도입 여부, 그리고 MRI 검사 체계의 구축 정도는 국가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환자가 실제로 레켐비 치료를 받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으며, 치료 혜택이 필요한 환자에게까지 약물이 도달하는 데는 추가적인 정책적·제도적 노력이 요구된다.

체중 감량과 혈당 개선을 시각화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일라이 릴리, 최초의 GLP-1 알약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통과

당뇨병과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성 질환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기존의 치료제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대부분 주사제로만 존재했던 GLP-1 계열 약물의 특성을 극복하고, 먹는 알약 형태로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오포글리프론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 분야에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의 핵심은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GLP-1은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의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지하게 하며,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이 호르몬의 작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비만 치료에도 이 원리를 응용한 약물들이 사용된다. 지금까지 GLP-1 작용제는 대부분 단백질 구조로 되어 있어 위장관에서 쉽게 분해되었기 때문에 주사제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포글리프론은 소분자 형태의 비펩타이드 기반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소화기관을 통과해도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흡수되어 약효를 낼 수 있다. 알약 형태의 이 약은 복용의 편리함에서도 큰 장점을 지닌다. 하루에 한 번,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으며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먹을 수 있다. 이는 주사제를 꺼려하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요소이다. 특히 만성 질환의 특성상 매일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가 복용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복약 순응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임상시험 결과도 고무적이다.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약 10개월 동안 진행된 3상 임상시험에서 오포글리프론은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두 분야에서 모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가장 높은 용량인 36mg을 복용한 환자 그룹은 평균적으로 7.3kg의 체중이 줄었고, 혈당 조절의 주요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수치도 평균 1.6%포인트나 낮아졌다. 더 주목할 점은 참가자의 65% 이상이 당뇨병 기준 수치 이하로 HbA1c를 낮췄다는 것이다. 이는 GLP-1 작용제가 가진 혈당 강하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안전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부작용은 메스꺼움, 설사, 소화불량 같은 위장 관련 증상에 그쳤으며, 간 손상이나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다른 GLP-1 계열 약물에서도 흔히 보고되는 수준의 부작용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안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포글리프론은 여러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주사 공포로 치료를 꺼리던 환자들에게는 주사 없는 복용 방식이 치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알약 형태는 냉장 보관이 필요 없고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복용 편의성뿐 아니라 약국과 유통 과정에서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소분자 화학 약품은 생산 공정이 단백질 기반 생물학적 제제보다 간단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어서, 대량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에도 유리하다. 특히 일부 주사제들이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을 겪은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점은 상당한 경쟁력이 된다. 오포글리프론은 하나의 약으로 당뇨병과 비만이라는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약물 복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복합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말까지는 비만 치료 목적의 허가를, 2026년까지는 제2형 당뇨병 치료 목적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더불어 오는 6월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전체 임상 데이터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 향후 공개될 세부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바이오 기술 경쟁을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미 의회 위원회, "중국의 생명공학 질주, 미국 안보에 장기적 위협"… 대규모 투자 및 규제 강화 권고

미국 의회 산하 초당파 위원회인 ‘신흥 생명공학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Emerging Biotechnology)’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 발전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생명공학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질서 속에서의 국가 간 기술 경쟁과 안보 문제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질병 치료, 식량 생산, 신소재 개발 등의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경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년간 생명공학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자함으로써, 기존의 기술 모방 수준을 벗어나 자체적인 기술 혁신 능력을 보유한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중국의 생명공학 기업들은 기술적 자립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된다. 미국의 유수 벤처캐피털과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 같은 중국의 기술력에 주목하며 투자와 협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러한 협력이 자칫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민감한 정보가 중국에 유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특히 유전자 편집, 합성 생물학 등 중국이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삽입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고, 합성 생물학은 기존 생물체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새로운 생명체를 설계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생물학 무기 개발, 특정 인종을 표적으로 한 병원체 설계, 병사들의 신체 능력 강화 등 국방 분야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원회는 생명공학의 무기화 가능성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위원회는 미국이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즉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핵심 권고 사항 중 하나는 향후 5년간 1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미국 내 생명공학 연구 개발을 대폭 강화하고, 특히 의약품과 관련 제품의 국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내에서 필수 물자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팬데믹 당시 외국에 의존하던 의료 물자의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내 생산 체계의 중요성이 대두된 바 있다. 또한, 보고서는 미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중국의 특정 생명공학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신중히 재검토하고 필요 시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대신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국제 공동 연구를 강화하여 중국의 기술적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기술과 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 하에,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해 기술 발전을 추진하자는 의미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공학조정사무소(National Biotechnology Coordination Office)’를 신설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생명공학 관련 정책을 조율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시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생명공학 전용 펀드 조성도 제안되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미국이 기술적 주도권을 유지하고, 미래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가 실제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정치적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생명공학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바이오시큐어 법안(Biosecure Act)’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으로 인해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규제 방안 마련이나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한 정당 간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가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정책을 통해 생명공학을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고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위원회가 제안한 과감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며, 단기적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적 안목과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로 제시된다.

빛나는 피부에 만족하는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3D 프린팅 활용한 인공피부,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을까?

인공 피부는 인간의 피부 구조와 기능을 모방하여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제작된 조직 모델을 의미한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 조직의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재현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다양한 생명공학 기술을 동원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이 기술은 살아있는 세포와 하이드로겔을 프린터의 잉크처럼 사용하여 층층이 쌓아올리는 방식으로, 인간 피부의 삼중층 구조뿐 아니라 물리적 특성까지 유사하게 구현할 수 있도록 한다.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인공 피부는 단지 실험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의 그라츠 공과대학교와 인도의 벨로르 공과대학교 연구팀이 공동으로 개발한 인공 피부는 인간의 피부처럼 세포 간 상호작용, 외부 자극 반응, 생물학적 기능 등을 정밀하게 모방하고 있다. 이러한 발전은 동물 실험의 윤리적 문제와 과학적 한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동물 실험은 오랫동안 화장품과 의약품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수단이었다. 하지만 동물 실험은 두 가지 큰 한계를 가진다. 첫째는 윤리적 문제이다. 동물이 실험 중 겪는 고통과 생명권 침해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 실험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려는 규제가 확산되고 있다. 둘째는 과학적 문제이다. 인간과 동물은 생리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동물에게서 나온 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동물에게 안전하다고 밝혀진 물질이 인간에게는 치명적인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하고, 반대로 동물에게 효과가 없던 물질이 인간에게는 매우 유효한 사례도 있다. 이로 인해, 더 신뢰도 높은 인간 기반 실험 모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인공 피부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인간의 피부 세포와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제 사람의 피부 반응을 더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 또한 실험실에서 표준화된 조건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하므로, 결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쉽다. 동물의 개체 차이로 인한 반응 변동성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살아있는 동물을 실험에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도 더 수용되기 쉽다. 화장품 산업에서는 이미 인공 피부의 활용이 활발하다. 새로운 성분이나 제품이 피부에 자극을 주는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지, 장기간 노출 시 세포에 독성을 나타내는지를 평가하는 데 인공 피부가 쓰이고 있다. 예컨대 EpiSkin, EpiDerm, SkinEthic RHE 등 상업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인간 표피 모델은 유럽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공식 실험법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은 윤리적으로 안전하게 개발된 제품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기업은 국제 규제를 만족시키며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의약품 개발에서도 인공 피부의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피부에 적용되는 의약품의 흡수율, 효과, 부작용 여부 등을 초기 단계에서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으며, 이는 임상 시험 전에 실패 가능성이 높은 약물을 조기에 걸러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결과적으로 연구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고,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특히 최근 들어 3D 바이오프린팅을 활용한 인공 피부 제작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 기술은 세포와 하이드로겔을 사용하여 피부의 구조와 기능을 더욱 정교하게 모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외선 차단제에 포함된 나노입자가 피부를 통해 얼마나 흡수되고, 흡수된 후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평가할 수 있는 모델로도 사용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동물 실험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정보를 제공하여, 더욱 안전하고 정밀한 실험을 가능하게 한다. 산업계와 학계는 이러한 인공 피부 기술의 발전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프랑스의 제노스킨은 인간의 피부 조직을 기반으로 다양한 피부 모델을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제약, 화장품, 화학 산업에서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의 티슈유즈는 인공 피부뿐만 아니라 간, 심장 등 다양한 인공 장기를 하나의 칩 위에 구현하여, 장기 간 상호작용까지 모사하는 '다중 장기 칩'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피부를 통해 흡수된 물질이 다른 장기에 미치는 영향까지도 예측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인공 피부는 인간에게 더 적합하고 신뢰할 수 있는 평가 방법을 제공함으로써, 제품의 안전성과 효능을 보다 정확하게 검증할 수 있다. 동시에 동물 복지를 고려한 윤리적 연구 환경을 실현할 수 있다. 이 기술이 향후 화장품과 의약품뿐만 아니라, 재생 의료와 질병 연구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은 매우 크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마그네슘 알약과 약통. AI 생성 이미지.

잠 못드는 밤, 마그네슘은 수면에 도움을 줄까?

마그네슘은 인체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해 꼭 필요한 필수 미네랄 중 하나로, 체내에서 300가지가 넘는 중요한 화학 반응에 관여하는 역할을 합니다.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하는 과정, 신경이 자극을 전달하는 작용,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대사 작용 등 거의 모든 생리 작용에 마그네슘이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마그네슘은 최근 들어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여러 과학적 연구들은 마그네슘의 수면 관련 효과에 대해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그네슘이 부족하지 않고 충분히 공급되었을 때 사람들은 깊고 편안한 잠을 잘 가능성이 높다는 관찰이 있었습니다. 특히, 마그네슘을 충분히 섭취한 사람들은 잠자리에 누운 뒤 뒤척이는 시간이 줄고, 밤새 자주 깨는 일이 줄어들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의 상쾌함과 낮 시간 동안의 피로감 감소가 보고되었습니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고령층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수면의 질이 낮아지고 잠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아지는데, 마그네슘 보충제를 섭취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는 잠들기까지의 시간이 줄어들고 새벽에 너무 일찍 잠에서 깨는 빈도가 낮아졌다는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마그네슘이 수면을 도울 수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몇 가지 과학적 가설이 존재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설명 중 하나는 마그네슘이 뇌의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인 GABA(감마아미노부티르산)와 상호작용한다는 것입니다. GABA는 뇌의 흥분된 신경 활동을 억제하고 진정시켜주는 기능을 하는 물질로, 마그네슘이 이 작용을 보조하여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수면 상태로 들어가기 쉽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마그네슘은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의 생성과 분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우리의 생체 리듬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어두운 환경이 되면 뇌에서 분비되어 자연스럽게 잠이 오도록 유도합니다. 마그네슘이 멜라토닌 생성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작용이 있다는 점에서 수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그네슘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를 조절하는 데에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치가 높아지면 몸이 긴장하고 각성 상태가 되어 쉽게 잠들기 어렵습니다. 마그네슘이 이 호르몬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주면, 결과적으로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을 줄이고 더 편안한 상태로 수면에 접어들 수 있게 됩니다. 불면증을 앓는 사람들 중에는 마그네슘이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60대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마그네슘 보충제를 일정 기간 동안 복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수면 시간이 늘어나고,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도 단축되었으며, 수면의 효율성이 증가하는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다만, 이러한 연구들은 상대적으로 소규모였고, 결과를 일반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대규모 연구가 필요하다는 한계도 존재합니다. 마그네슘은 식품을 통해 자연스럽게 섭취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입니다.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어있는 식품으로는 시금치, 케일 등의 짙은 녹색 잎채소, 아몬드나 캐슈넛과 같은 견과류, 호박씨, 해바라기씨 등의 씨앗류, 현미나 귀리 같은 통곡물, 검은콩과 렌틸콩 등의 콩류가 있으며, 우유와 요구르트 같은 유제품에서도 마그네슘을 일정량 섭취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과 불규칙한 식사 습관으로 인해 음식만으로 충분한 마그네슘을 섭취하기 어려운 경우, 보충제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는 다양한 형태의 마그네슘 보충제가 있으며, 그 중 마그네슘 글리시네이트는 흡수율이 높고 위장 장애를 일으킬 가능성이 적어 수면 개선 목적에 적합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나 약물 복용 여부에 따라 적절한 보충제의 종류와 용량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복용 전 전문가와 상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마그네슘 보충제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설사, 복통, 메스꺼움 등이 가장 흔한 부작용이며, 심한 경우에는 심장 박동 이상이나 혈압 저하 같은 심각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장 기능이 약한 사람은 마그네슘이 체내에 축적되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그네슘과 자주 비교되는 보충제로 멜라토닌이 있습니다. 두 성분 모두 수면을 돕는 데 사용될 수 있지만, 작용 방식은 다릅니다. 마그네슘은 신경 안정과 근육 이완을 통해 몸이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도우며, 멜라토닌은 생체 시계를 조절하여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경우에 따라 두 보충제를 함께 사용하면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개인에 따라 효과와 반응이 다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 후 결정해야 합니다.

최소형 심장 박동 조율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실제 모습과는 다름. Ai 생성 이미지

쌀알보다 작은 심박 박동 조율기 등장 신생아부터 성인까지 수술 없이 심장 치료 가능해진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Northwestern University) 연구팀이 심장 질환 치료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발표했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의 심장 박동 조율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장치는 크기가 1.8밀리미터 × 3.5밀리미터 × 1밀리미터로 쌀알보다 작으며, 무게는 13.8밀리그램에 불과하다. 이러한 초소형 크기는 의료 기기의 기존 개념을 뛰어넘는 혁신이다. 특히 심장이 작고 연약한 신생아나 어린이 환자에게 적합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 심장 박동 조율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체내 삽입 시 외과 수술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기존 심장 박동 조율기처럼 가슴을 절개해 이식하지 않아도 되고, 주사기를 통해 간단하게 삽입할 수 있다. 이는 수술로 인한 신체적 부담과 회복 시간을 줄여주며, 감염 위험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된다. 선천성 심장 질환을 가진 아기들에게는 이보다 더 적절한 치료 방식은 없다고 볼 수 있다. 이 장치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몸속에서 자연스럽게 분해되어 사라지도록 설계되었다. 그 이유는 모두 인체에 무해한 생체 적합성 재료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재료들은 체액과 반응해 서서히 분해되며, 체내에 남지 않는다. 즉, 장치를 제거하기 위한 추가 수술이 필요 없다는 뜻이다. 이로 인해 감염 가능성을 줄이고, 환자와 가족에게 정서적·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심장 박동 조율기는 단독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몸 바깥에 부착하는 웨어러블 기기와 함께 작동한다. 이 웨어러블 기기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피부에 부착하면 심장 박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한다. 심장 박동에 이상이 감지되면, 이 기기는 피부를 투과하는 근적외선 빛을 방출한다. 이 빛은 체내에 삽입된 심장 박동 조율기에 도달해 신호를 보내며, 이를 받은 조율기는 필요한 전기 자극을 심장에 전달해 정상 박동을 유도한다. 이 기술의 핵심적인 혁신 중 하나는 완전한 무선 방식이라는 점이다. 기존의 임시 심장 박동 조율기는 외부 장치와 내부 전극이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 선은 피부를 뚫고 나와야 했고, 감염의 원인이 되거나 움직이다 선이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있었다. 또 선 주변으로 흉터 조직이 생겨 장치 작동에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개발된 심장 박동 조율기 시스템은 외부 전선이 전혀 없으며, 감염과 기계적 문제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 특히 아이처럼 활동이 많은 환자에게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이번 기술은 노스웨스턴 대학이 2021년에 선보인 생분해성 임시 심장 박동 조율기 기술을 더욱 발전시킨 것이다. 이전 기술은 라디오 주파수를 통해 장치를 제어했지만, 이번에는 근적외선 빛을 활용함으로써 구조를 더 간단하게 하고 크기도 줄일 수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력 공급 방식의 변화다. 장치 안에 배터리를 넣지 않고, 체액과 반응해 전기를 생성하는 갈바닉 전지 원리를 사용한 것이다. 이 방식은 금속이 체액과 반응해 전류를 발생시키며, 이 전기를 통해 조율기가 작동한다. 이는 장치를 더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연구진은 여기에 머물지 않고, 여러 개의 심장 박동 조율기를 체내에 동시에 삽입해 사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각 조율기가 특정 파장의 빛에만 반응하도록 설계하면, 외부 웨어러블 기기가 원하는 조율기만 선택적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심장의 다양한 부위를 동시에, 또는 차례로 정밀하게 조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심장의 방마다 박동 타이밍을 맞추거나, 인공 심장 판막과의 협력 작용을 통해 더욱 정교한 리듬 관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장치의 효과와 안정성은 동물 실험과 인간 심장 실험에서 이미 검증되었다. 연구팀은 조만간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며, 상용화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이번 기술은 심장 박동 조율기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분야로 응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신경계 질환 치료용 신경 자극기, 뼈 재생을 도와주는 장치, 특정 부위의 통증을 차단하는 통증 억제기 등으로도 기술을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생분해성 기술의 장점은 치료가 끝나면 장치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회복 기간이 짧아지고, 수술 및 입원 비용이 줄어들며, 수술 관련 감염 가능성도 크게 줄어든다. 특히 수술 자체가 큰 부담이 되는 신생아나 어린이 환자에게는 이 기술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수단이 될 수 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진이 개발한 이 심장 박동 조율기는 크기, 작동 방식, 생체 적합성 등 모든 면에서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획기적인 의료 장비로 평가되고 있다.

신약 연구를 하는 일러스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세포의 운명을 다시 쓰는 과학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은 각각 고유한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같은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능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피부 세포는 피부를 만들고, 신경 세포는 신경 신호를 전달하며, 근육 세포는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임을 담당한다. 이러한 특성은 세포가 각자의 역할에 맞게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분화란 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상태의 세포가 특정한 기능을 갖는 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번 분화된 세포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이라는 과학적 발견은 이 고정된 운명을 다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이란 세포의 DNA 염기서열 자체를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세포의 성질과 기능을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DNA를 읽는 방식이나 그 활용법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유전적 표지’를 조절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후성유전적 표지는 DNA라는 유전 정보에 부착되는 일종의 메모나 스티커와 같다.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유전자를 사용할지, 어느 시점에 사용할지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이 표지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세포에서는 피부를 만드는 유전자가 켜져 있고, 다른 세포에서는 그 유전자가 꺼져 있다. 이는 후성유전적 표지가 각 세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재프로그래밍은 이러한 표지들을 제거하거나 새롭게 설정함으로써 유전자의 사용 목록을 바꾼다. 즉,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될지, 비활성화될지를 다시 조정하여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를 원래의 초기 상태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체세포에 특정 인자를 주입해 만들어진, 거의 모든 세포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로 돌아가지 않고도 피부 세포에서 곧바로 신경 세포나 심장 세포 등으로 전환하는 ‘직접 교차 분화’라는 방법도 존재한다.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은 두 가지 주요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DNA 메틸화다. DNA 메틸화는 특정 유전자의 앞부분에 메틸기라는 화학 물질이 부착되는 현상으로,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는 마치 책의 특정 페이지를 테이프로 붙여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히스톤 변형이다. 히스톤은 DNA가 감겨 있는 단백질인데, 이 단백질에 화학적 변형이 생기면 DNA가 감겨 있는 구조인 크로마틴의 밀도가 달라진다. 구조가 느슨해지면 유전자에 접근하기 쉬워져 발현이 촉진되고, 반대로 촘촘해지면 발현이 억제된다. 이는 실을 실패에 감아두었다가 풀거나 더 감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두 메커니즘은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며,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를 정밀하게 조절한다. 재프로그래밍은 시험관 속 인위적인 실험 환경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자연적인 발생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일어난다. 인간이 수정란에서 배아로 발달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후성유전적 표지들이 광범위하게 제거되며, 이로 인해 배아 세포들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는 특정한 역할로 ‘결정’되기 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필수적인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또한 특정 유전자의 발현 여부가 부모로부터의 유래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 각인’ 현상이나, 여성의 세포에서 두 개의 X 염색체 중 하나를 비활성화시키는 ‘X 염색체 비활성화’ 같은 과정도 후성유전학적 조절의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노화와 관련된 연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로운 후성유전적 변화들을 축적하게 되며, 이는 세포 기능 저하와 관련된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흥미로운 점은 ‘야마나카 인자’라는 특정 전사인자들을 활용하면, 늙은 세포의 후성유전적 상태를 젊은 시기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세포 수준에서의 ‘회춘’을 가능하게 하며, 노화 지연이나 되돌림이라는 의료적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프로그래밍 과정은 매우 정밀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세포의 유전자 발현 체계를 잘못 조작하면, 세포 기능의 혼란이 발생하거나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복잡한 기계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할 때 하나의 부품만 잘못 끼워도 전체 시스템이 고장 나는 것처럼, 재프로그래밍 과정의 작은 오류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재생의학이나 새로운 질병 치료법 개발에 있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이 더욱 발전할수록 우리는 세포의 운명을 바꾸고 노화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의학적 진보를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크를 먹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배불러도 디저트를 찾는 이유 독일 연구진이 뇌 속 신호 밝혀

독일 쾰른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신진대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Metabolism Research)의 연구진이 우리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후에도 달콤한 디저트를 원하게 되는 이유를 뇌의 신경세포에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흔히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표현으로 알려진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나 습관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뇌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기인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연구의 중심에는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신경세포라는 특별한 신경세포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 POMC 신경세포는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면 포만감을 느끼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세포가 예상 밖으로 단 음식에 대한 갈망까지 유발하는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같은 뇌 영역에서 '이제 그만 먹자'는 신호와 동시에 '달콤한 음식은 예외야'라는 신호가 함께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신경 작용을 밝히기 위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정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쥐에게 충분한 양의 먹이를 제공해 배부른 상태를 만든 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추가로 제공했다. 그 결과, 쥐들은 이미 배가 부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설탕 음식을 계속해서 섭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행동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설탕을 섭취할 때 POMC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며 동시에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베타-엔도르핀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오피오이드 물질이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며, 기분을 좋게 하고 보상감을 느끼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포만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에서는 베타-엔도르핀의 긍정적인 자극 때문에 설탕을 더 원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신경 반응이 설탕에 대해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료나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이러한 POMC 신경세포와 베타-엔도르핀 경로를 활성화시키지 못했다. 이는 우리 뇌가 설탕에 대해 특별한 보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나아가 연구진이 베타-엔도르핀의 작용을 차단하자, 포만감을 느끼는 쥐들은 설탕에 대한 관심을 즉각 잃었다. 이 같은 결과는 베타-엔도르핀이 설탕을 향한 갈망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작용이 배가 부른 상태에서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배가 고픈 쥐들에게서는 베타-엔도르핀 경로를 차단하더라도 설탕 섭취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식후에 디저트를 찾는 행동이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뇌의 특정 조건 하에서 작동하는 생물학적 반응임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발견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한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수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설탕이 녹아 있는 용액을 마시게 한 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을 통해 뇌 활동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쥐의 실험에서 확인된 것과 동일하게 인간의 뇌에서도 시상하부라는 영역이 설탕 섭취에 반응하여 활성화되었고, 해당 영역에는 베타-엔도르핀 수용체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 역시 설탕 섭취 시 포만감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동시에 단 음식에 대한 보상을 유도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식후 디저트를 찾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과도한 설탕 섭취와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식욕 억제 주사제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 작용을 조절하는 약물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오피오이드 차단제인 '날트렉손(naltrexone)'은 제한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번 연구를 주도한 헨닝 펜셀라우 박사는 이러한 약물과 포만감 신호를 강화하는 치료법을 병행할 경우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병행 요법이 실제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식사를 마친 후에도 왜 디저트를 갈망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신경과학적 기반을 제시했으며, 이는 향후 대사 질환 예방과 치료 전략의 정교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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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소모픽랩스, 6억 달러 투자 유치로 AI 신약 개발 본격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스타트업 아이소모픽랩스가 첫 외부 투자 유치에서 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847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투자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유력 벤처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탈이 주도했고, 알파벳의 벤처 투자 부문인 GV와 알파벳 본사 역시 함께 참여해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은 여전히 아이소모픽랩스의 과반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2021년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 딥마인드에서 독립하여 설립된 기업으로, 딥마인드의 창업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을 설계 및 개발하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이 걸리고, 실패율도 높은 고위험 산업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약물 후보 물질 발굴 등의 과정을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알파폴드는 생물학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모델로, 과학계에서는 이 기술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50년간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약 개발에서 특정 질병의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그 단백질과 결합해 질병을 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후보를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단계다. 따라서 알파폴드 기술을 활용하면 이 과정을 수개월 혹은 수년 단축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치료제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투자금은 차세대 AI 기반 신약 설계 시스템 개발과 임상 연구 확대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 단계까지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연구 인력 확보,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다. 현재 아이소모픽랩스는 세계적인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일라이 릴리와 협력하여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데이터 공유, 임상시험 설계, 후보물질 평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협력하고 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연구개발 비용으로 약 4,900만 파운드, 한화 약 830억 원을 사용했으며, 전체 직원 수는 71명으로 증가해 고급 연구 인력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회사가 기술력 중심의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자금 유치 이후 이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보여준다.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이번 투자를 인류 건강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표현하며, AI 기술이 의료와 제약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을 설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소모픽랩스의 이번 투자 유치는 영국 AI 스타트업 역사상 보기 드문 규모로, AI 기반 신약 개발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AI 기술이 기존의 비효율적인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고, 실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기대가 크다. 아이소모픽랩스는 확보된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확대하고, 더 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영입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AI가 주도할 새로운 신약 개발 시대에 아이소모픽랩스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주가 하락과 경쟁 심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노보 노디스크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예상으로 인한 주가 급락세 이어져

덴마크의 대표적인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성장해온 기업이다. 이 두 약은 주사 형태로 투여되는 치료제로, 최근 수년간 노보 노디스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노보 노디스크의 2025년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BoA는 핵심 제품인 오젬픽과 위고비의 처방 건수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처방 건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실제로 해당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수가 줄었거나, 의료기관에서의 처방 빈도가 낮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약품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BoA는 약값 자체가 낮아졌다는 점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값 하락은 주로 경쟁이 치열해졌거나 특정 지역에서의 가격 조정, 보험사와의 협상 결과 등에 따라 발생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BoA는 이처럼 주요 제품의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전체 매출 성장에 대한 가이던스를 기존의 16%에서 24%에서, 14%에서 22% 사이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회사가 올해 예상하는 매출 성장률 범위를 보다 보수적으로 제시하게 된다는 뜻으로, 기업 내부적으로도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BoA는 특히 실적이 하향 조정된다면, 그 중에서도 성장률의 하단에 가까운 14% 정도의 매출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이 시장에 전달되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하게 나타났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단기간에 25% 이상 급락하며, 이는 2002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최근 출시한 비만 치료 주사제 '젭바운드(Zepbound)'가 위고비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는 점이 주된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는 치료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로 인해 노보 노디스크는 가격 경쟁 압박까지 받게 됐다. 경쟁 제품의 등장은 단순히 점유율 감소뿐 아니라, 두 회사가 모두 약값을 인하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약 회사의 수익 구조에서 약값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낮아지면 아무리 판매량이 늘더라도 전체적인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BoA는 노보 노디스크 주식의 목표 주가를 기존 1,075 덴마크 크로네에서 910 덴마크 크로네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는 분석기관이 해당 주식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여 제시하는 가격으로, BoA의 조정은 단기 실적 부진과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BoA는 노보 노디스크 주식에 대한 ‘매수(Buy)’ 의견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BoA의 이런 평가는 노보 노디스크가 여전히 강력한 기술력과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비만과 당뇨병이라는 글로벌 보건 문제에 대응하는 주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는 오는 2025년 5월 7일에 1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회사는 실제 매출과 순이익, 비용 구조와 함께 오젬픽과 위고비의 처방 추세, 경쟁 대응 전략,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발표는 향후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 흐름은 물론, 투자자들의 심리와 시장의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BoA의 우려가 실제로 맞아떨어졌는지, 아니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소를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데이터 부족으로 한계에 다다른 알파폴드, 제약사들은 자체 AI 개발 착수

최근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단백질 구조 예측에 있어 큰 성과를 거둔 알파폴드는 AI의 실질적인 효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알파폴드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로, 복잡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과학적 난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단백질은 생명체 내에서 다양한 생화학 반응과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분자로,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곧 신약 개발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만큼, 알파폴드는 생명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알파폴드의 최신 버전인 알파폴드 3는 단백질 자체의 구조 예측을 넘어서, DNA나 RNA와 같은 핵산 분자, 그리고 약물로 쓰이는 소분자 화합물과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러한 기능은 신약 후보 물질이 체내 단백질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특정 단백질과 잘 결합하여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찾는 것인데, 알파폴드의 이 능력은 이를 빠르게 실현하는 데 큰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알파폴드 3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약물과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구조에 대한 예측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AI 모델은 충분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되어야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소분자와 단백질의 결합 구조에 대한 실험 데이터는 대부분 각 제약사 내부에 축적되어 있고 외부에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마치 유능한 학생이 교과서 없이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과도 같으며, AI가 모든 문제를 제대로 풀기에는 데이터라는 학습 도구가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애브비, 존슨앤드존슨,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구조 생물학 컨소시엄(AI Structural Biology Consortium)’을 결성하여, 각자가 보유한 비공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AI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수많은 단백질과 신약 후보 화합물 간의 상호작용 정보를 담고 있으며, 어떤 화합물이 어떤 단백질에 잘 맞는지에 대한 고급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 비밀로 인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 데이터들이 컨소시엄이라는 안전한 협력 틀 아래에서 AI 개발에 활용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오픈폴드 3(OpenFold 3)’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AI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오픈폴드 3는 알파폴드의 구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개형 프로젝트로, 누구나 그 코드를 활용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제약사들은 여기에 자신들의 데이터와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특화된 AI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제약사가 보유한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와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협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적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페리스(Apheris)’라는 기술 플랫폼이다. 아페리스는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과 유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각 회사가 자체 데이터는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공동으로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한다. 연합 학습이란 데이터를 모으지 않고도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방법으로, 각 데이터 센터에서 모델을 훈련시키고 그 결과만을 공유해 전체 모델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각 제약사는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각자의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비밀이 노출될 위험이 없고, 동시에 AI 모델은 다양한 실제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페리스의 기술은 이런 협력의 중심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컨소시엄의 노력은 알파폴드의 가능성을 넘어서 실제적인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깊이 있게 적용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이들이 개발하는 AI 모델이 알파폴드보다 더 정확하고 실용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면, 제약사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빠르게 효과적인 치료제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경쟁하는 입장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또 실제로 알파폴드의 한계를 뛰어넘는 AI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시도는 AI가 신약 개발이라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제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년층이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하며 알츠하이머 상담을 받는 일러스트. AI 생성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 릴리 다이렉트에 새롭게 추가

글로벌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를 위한 치료제 '키순라'를 자사의 온라인 원격의료 서비스 플랫폼인 '릴리 다이렉트'에 새롭게 추가하며, 보다 편리하고 접근성 높은 치료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릴리 다이렉트는 2024년 출시된 이후 다양한 만성질환과 치료제를 지원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로 자리잡았으며, 이번에 키순라가 추가됨으로써 알츠하이머 환자까지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었다. 키순라는 도나네맙이라는 단일클론 항체 성분을 기반으로 한 약물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는 뇌세포 사이에 쌓이는 단백질 찌꺼기로, 기억력 저하와 사고력 감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키순라는 이 플라크를 표적하여 제거함으로써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약물은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 즉 경도 인지 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에 있는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승인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일본, 영국, 중국 등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키순라를 투여한 환자들은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이 실제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키순라 역시 다른 치료제들과 마찬가지로 주의가 필요한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ARIA라고 불리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이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약물 투여 후 뇌에 일시적으로 부종이 생기거나 미세한 출혈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며, 대개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해 미국 FDA는 키순라 사용 시 ARIA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 문구를 의무화했으며, 치료 과정에서 정기적인 뇌 영상 촬영과 의사의 관찰이 필요하다. 이번에 릴리 다이렉트에 키순라가 추가되면서, 알츠하이머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 방문 없이도 온라인으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고 진단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릴리 다이렉트는 화상 상담을 통한 진료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춘 치료 계획 수립, 약물 처방, 복약 관리, 알츠하이머 관련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 접근이 어려운 고령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릴리 다이렉트는 이미 당뇨병, 비만, 탈모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와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이번 키순라의 추가로 알츠하이머 분야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일라이 릴리는 질환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약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전반의 경험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키순라는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들과 함께 병의 진행을 늦추는 선택지로서 점차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레켐비처럼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과 함께, 키순라는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각각의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릴리 다이렉트를 통한 접근은 이러한 약물의 혜택을 더 많은 환자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대면 진료 위주로 이뤄지던 알츠하이머 치료가 원격의료 플랫폼을 통해 보다 유연하게 제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앞으로 의료 서비스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의미도 지닌다. 일라이 릴리의 릴리 다이렉트에 키순라가 추가된 것은 기술과 의료의 결합이 실질적인 환자 중심 치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