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의 작성 기사 6

김현희

유전체 분석, 세포 치료제,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깊이 있게 추적해 왔습니다.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및 산업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탐색하며, 정책·규제와 기술 상용화의 접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AI 기반 분석 도구와 생물정보학 기술이 실험 설계와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기초 과학부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관점을 연결해 바이오 분야의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약 연구를 하는 일러스트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세포의 운명을 다시 쓰는 과학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

우리 몸을 이루는 수많은 세포들은 각각 고유한 역할을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모두 같은 유전 정보를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기능과 모양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피부 세포는 피부를 만들고, 신경 세포는 신경 신호를 전달하며, 근육 세포는 수축과 이완을 통해 움직임을 담당한다. 이러한 특성은 세포가 각자의 역할에 맞게 ‘분화’되었기 때문이다. 분화란 줄기세포처럼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상태의 세포가 특정한 기능을 갖는 세포로 전환되는 과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한 번 분화된 세포는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이라는 과학적 발견은 이 고정된 운명을 다시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이란 세포의 DNA 염기서열 자체를 변경하지 않으면서도 세포의 성질과 기능을 바꾸는 과정을 말한다. 이는 DNA를 읽는 방식이나 그 활용법에 영향을 미치는 ‘후성유전적 표지’를 조절함으로써 이루어진다. 후성유전적 표지는 DNA라는 유전 정보에 부착되는 일종의 메모나 스티커와 같다. 모든 세포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지만 어떤 유전자를 사용할지, 어느 시점에 사용할지를 결정짓는 것이 바로 이 표지들이다. 예를 들어 어떤 세포에서는 피부를 만드는 유전자가 켜져 있고, 다른 세포에서는 그 유전자가 꺼져 있다. 이는 후성유전적 표지가 각 세포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재프로그래밍은 이러한 표지들을 제거하거나 새롭게 설정함으로써 유전자의 사용 목록을 바꾼다. 즉,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될지, 비활성화될지를 다시 조정하여 이미 분화가 끝난 세포를 원래의 초기 상태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C)’로 되돌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유도만능줄기세포란 체세포에 특정 인자를 주입해 만들어진, 거의 모든 세포로 변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세포를 말한다. 뿐만 아니라 줄기세포로 돌아가지 않고도 피부 세포에서 곧바로 신경 세포나 심장 세포 등으로 전환하는 ‘직접 교차 분화’라는 방법도 존재한다. 이러한 후성유전학적 재프로그래밍은 두 가지 주요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DNA 메틸화다. DNA 메틸화는 특정 유전자의 앞부분에 메틸기라는 화학 물질이 부착되는 현상으로, 해당 유전자의 발현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는 마치 책의 특정 페이지를 테이프로 붙여서 볼 수 없게 만드는 것과 같다. 두 번째는 히스톤 변형이다. 히스톤은 DNA가 감겨 있는 단백질인데, 이 단백질에 화학적 변형이 생기면 DNA가 감겨 있는 구조인 크로마틴의 밀도가 달라진다. 구조가 느슨해지면 유전자에 접근하기 쉬워져 발현이 촉진되고, 반대로 촘촘해지면 발현이 억제된다. 이는 실을 실패에 감아두었다가 풀거나 더 감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이 두 메커니즘은 서로 긴밀하게 작용하며, 어떤 유전자가 켜지고 꺼질지를 정밀하게 조절한다. 재프로그래밍은 시험관 속 인위적인 실험 환경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생명체의 자연적인 발생 과정에서도 필수적으로 일어난다. 인간이 수정란에서 배아로 발달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후성유전적 표지들이 광범위하게 제거되며, 이로 인해 배아 세포들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세포는 특정한 역할로 ‘결정’되기 전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생명의 시작과 관련된 필수적인 생물학적 메커니즘이다. 또한 특정 유전자의 발현 여부가 부모로부터의 유래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 각인’ 현상이나, 여성의 세포에서 두 개의 X 염색체 중 하나를 비활성화시키는 ‘X 염색체 비활성화’ 같은 과정도 후성유전학적 조절의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이러한 재프로그래밍 기술이 노화와 관련된 연구에도 적용되고 있다. 세포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로운 후성유전적 변화들을 축적하게 되며, 이는 세포 기능 저하와 관련된 노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진다. 흥미로운 점은 ‘야마나카 인자’라는 특정 전사인자들을 활용하면, 늙은 세포의 후성유전적 상태를 젊은 시기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는 가능성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은 세포 수준에서의 ‘회춘’을 가능하게 하며, 노화 지연이나 되돌림이라는 의료적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재프로그래밍 과정은 매우 정밀하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 세포의 유전자 발현 체계를 잘못 조작하면, 세포 기능의 혼란이 발생하거나 암과 같은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복잡한 기계를 분해하고 다시 조립할 때 하나의 부품만 잘못 끼워도 전체 시스템이 고장 나는 것처럼, 재프로그래밍 과정의 작은 오류도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을 안전하고 정확하게 제어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은 재생의학이나 새로운 질병 치료법 개발에 있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와 같은 연구들이 더욱 발전할수록 우리는 세포의 운명을 바꾸고 노화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의학적 진보를 직접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케이크를 먹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배불러도 디저트를 찾는 이유 독일 연구진이 뇌 속 신호 밝혀

독일 쾰른에 위치한 막스 플랑크 신진대사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Metabolism Research)의 연구진이 우리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후에도 달콤한 디저트를 원하게 되는 이유를 뇌의 신경세포에서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흔히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는 표현으로 알려진 이 현상은 단순한 기분의 문제나 습관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뇌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기인한다는 점이 밝혀진 것이다. 이번 연구의 중심에는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신경세포라는 특별한 신경세포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 POMC 신경세포는 우리가 음식을 먹고 나면 포만감을 느끼도록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세포가 예상 밖으로 단 음식에 대한 갈망까지 유발하는 이중적인 기능을 수행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즉, 같은 뇌 영역에서 '이제 그만 먹자'는 신호와 동시에 '달콤한 음식은 예외야'라는 신호가 함께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이와 같은 신경 작용을 밝히기 위해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정밀한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에서는 쥐에게 충분한 양의 먹이를 제공해 배부른 상태를 만든 뒤,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추가로 제공했다. 그 결과, 쥐들은 이미 배가 부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설탕 음식을 계속해서 섭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행동의 원인을 분석한 결과, 설탕을 섭취할 때 POMC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며 동시에 '베타-엔도르핀(β-endorphin)'이라는 화학물질이 분비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베타-엔도르핀은 우리 몸에서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오피오이드 물질이다. 이는 마약성 진통제와 비슷한 효과를 내며, 기분을 좋게 하고 보상감을 느끼게 만드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포만감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뇌에서는 베타-엔도르핀의 긍정적인 자극 때문에 설탕을 더 원하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점은 이 신경 반응이 설탕에 대해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사료나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이러한 POMC 신경세포와 베타-엔도르핀 경로를 활성화시키지 못했다. 이는 우리 뇌가 설탕에 대해 특별한 보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나아가 연구진이 베타-엔도르핀의 작용을 차단하자, 포만감을 느끼는 쥐들은 설탕에 대한 관심을 즉각 잃었다. 이 같은 결과는 베타-엔도르핀이 설탕을 향한 갈망을 유도하는 핵심 요인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러한 작용이 배가 부른 상태에서만 나타났다는 점이다. 배가 고픈 쥐들에게서는 베타-엔도르핀 경로를 차단하더라도 설탕 섭취 행동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이는 식후에 디저트를 찾는 행동이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뇌의 특정 조건 하에서 작동하는 생물학적 반응임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발견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건강한 자원봉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도 수행했다. 참가자들에게 설탕이 녹아 있는 용액을 마시게 한 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기술을 통해 뇌 활동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쥐의 실험에서 확인된 것과 동일하게 인간의 뇌에서도 시상하부라는 영역이 설탕 섭취에 반응하여 활성화되었고, 해당 영역에는 베타-엔도르핀 수용체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 역시 설탕 섭취 시 포만감을 조절하는 신경세포가 동시에 단 음식에 대한 보상을 유도하는 이중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 연구는 식후 디저트를 찾는 이유를 설명하는 것을 넘어, 과도한 설탕 섭취와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식욕 억제 주사제들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뇌의 오피오이드 수용체 작용을 조절하는 약물의 역할이 재조명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오피오이드 차단제인 '날트렉손(naltrexone)'은 제한적인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이번 연구를 주도한 헨닝 펜셀라우 박사는 이러한 약물과 포만감 신호를 강화하는 치료법을 병행할 경우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병행 요법이 실제 치료에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가 식사를 마친 후에도 왜 디저트를 갈망하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신경과학적 기반을 제시했으며, 이는 향후 대사 질환 예방과 치료 전략의 정교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기사를 기반으로 생성된 AI 이미지

아이소모픽랩스, 6억 달러 투자 유치로 AI 신약 개발 본격화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지원하는 인공지능 기반 신약 개발 스타트업 아이소모픽랩스가 첫 외부 투자 유치에서 6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847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을 확보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투자는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유력 벤처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탈이 주도했고, 알파벳의 벤처 투자 부문인 GV와 알파벳 본사 역시 함께 참여해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알파벳은 여전히 아이소모픽랩스의 과반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서의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2021년 구글의 인공지능 연구기관 딥마인드에서 독립하여 설립된 기업으로, 딥마인드의 창업자이자 노벨상 수상자인 데미스 하사비스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통해 질병의 원인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약을 설계 및 개발하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의 신약 개발은 평균 10년 이상이 걸리고, 실패율도 높은 고위험 산업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단백질 구조 예측과 약물 후보 물질 발굴 등의 과정을 빠르고 정밀하게 수행할 수 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알파폴드는 생물학적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매우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모델로, 과학계에서는 이 기술이 생명과학 분야에서 50년간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평가할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다. 신약 개발에서 특정 질병의 발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 구조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그 단백질과 결합해 질병을 억제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 약물 후보를 설계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단계다. 따라서 알파폴드 기술을 활용하면 이 과정을 수개월 혹은 수년 단축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환자들이 치료제를 더 빠르게 받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번 투자금은 차세대 AI 기반 신약 설계 시스템 개발과 임상 연구 확대에 집중적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신약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것에서 나아가, 이를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기 위한 임상시험 단계까지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와 연구 인력 확보, 그리고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협력 강화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된다. 현재 아이소모픽랩스는 세계적인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일라이 릴리와 협력하여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신약 개발을 위한 데이터 공유, 임상시험 설계, 후보물질 평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협력하고 있다. 아이소모픽랩스는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만 연구개발 비용으로 약 4,900만 파운드, 한화 약 830억 원을 사용했으며, 전체 직원 수는 71명으로 증가해 고급 연구 인력을 중심으로 활발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회사가 기술력 중심의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자금 유치 이후 이를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임을 보여준다. 데미스 하사비스 CEO는 이번 투자를 인류 건강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라고 표현하며, AI 기술이 의료와 제약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 수 있다는 강한 확신을 내비쳤다. 그는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생물학적 시스템을 분석하고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치료법을 설계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소모픽랩스의 이번 투자 유치는 영국 AI 스타트업 역사상 보기 드문 규모로, AI 기반 신약 개발 분야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AI 기술이 기존의 비효율적인 신약 개발 과정을 혁신하고, 실제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기대가 크다. 아이소모픽랩스는 확보된 자금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AI 연구개발 역량을 더욱 확대하고, 더 많은 과학자와 전문가들을 영입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AI가 주도할 새로운 신약 개발 시대에 아이소모픽랩스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약회사의 주가 하락과 경쟁 심화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노보 노디스크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예상으로 인한 주가 급락세 이어져

덴마크의 대표적인 글로벌 제약회사인 노보 노디스크가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과 비만 치료제 '위고비(Wegovy)'로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며 성장해온 기업이다. 이 두 약은 주사 형태로 투여되는 치료제로, 최근 수년간 노보 노디스크의 핵심 수익원으로 자리잡아 왔다. 하지만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가 노보 노디스크의 2025년 1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BoA는 핵심 제품인 오젬픽과 위고비의 처방 건수가 예상보다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처방 건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실제로 해당 치료제를 사용하는 환자 수가 줄었거나, 의료기관에서의 처방 빈도가 낮았다는 의미이며 이는 약품의 판매량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BoA는 약값 자체가 낮아졌다는 점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값 하락은 주로 경쟁이 치열해졌거나 특정 지역에서의 가격 조정, 보험사와의 협상 결과 등에 따라 발생하는데, 이번 경우에는 미국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된 것이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BoA는 이처럼 주요 제품의 판매 부진과 가격 하락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노보 노디스크가 올해 전체 매출 성장에 대한 가이던스를 기존의 16%에서 24%에서, 14%에서 22% 사이로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는 회사가 올해 예상하는 매출 성장률 범위를 보다 보수적으로 제시하게 된다는 뜻으로, 기업 내부적으로도 성장 속도에 대한 기대가 낮아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BoA는 특히 실적이 하향 조정된다면, 그 중에서도 성장률의 하단에 가까운 14% 정도의 매출 증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석이 시장에 전달되자, 투자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이고 강하게 나타났다. 최근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는 단기간에 25% 이상 급락하며, 이는 2002년 이후 월간 기준으로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가 최근 출시한 비만 치료 주사제 '젭바운드(Zepbound)'가 위고비와 직접적인 경쟁을 벌이면서 시장 점유율을 빼앗고 있다는 점이 주된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라이 릴리의 젭바운드는 치료 효과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빠르게 시장에 자리잡고 있는데, 이로 인해 노보 노디스크는 가격 경쟁 압박까지 받게 됐다. 경쟁 제품의 등장은 단순히 점유율 감소뿐 아니라, 두 회사가 모두 약값을 인하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제약 회사의 수익 구조에서 약값은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격이 낮아지면 아무리 판매량이 늘더라도 전체적인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이러한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해 BoA는 노보 노디스크 주식의 목표 주가를 기존 1,075 덴마크 크로네에서 910 덴마크 크로네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 주가는 분석기관이 해당 주식의 적정 가치를 평가하여 제시하는 가격으로, BoA의 조정은 단기 실적 부진과 경쟁 심화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BoA는 노보 노디스크 주식에 대한 ‘매수(Buy)’ 의견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BoA의 이런 평가는 노보 노디스크가 여전히 강력한 기술력과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히 비만과 당뇨병이라는 글로벌 보건 문제에 대응하는 주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으로는 성장 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노보 노디스크는 오는 2025년 5월 7일에 1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할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회사는 실제 매출과 순이익, 비용 구조와 함께 오젬픽과 위고비의 처방 추세, 경쟁 대응 전략, 향후 전망 등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발표는 향후 노보 노디스크의 주가 흐름은 물론, 투자자들의 심리와 시장의 평가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BoA의 우려가 실제로 맞아떨어졌는지, 아니면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했는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AI와 첨단 기술을 활용해 단백질 구조를 분석하는 연구소를 표현한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데이터 부족으로 한계에 다다른 알파폴드, 제약사들은 자체 AI 개발 착수

최근 생명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특히 단백질 구조 예측에 있어 큰 성과를 거둔 알파폴드는 AI의 실질적인 효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알파폴드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모델로, 복잡한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함으로써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과학적 난제를 풀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단백질은 생명체 내에서 다양한 생화학 반응과 생리작용을 조절하는 핵심 분자로, 그 구조를 이해하는 것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필수적인 과정이다. 단백질 구조 예측은 곧 신약 개발의 기초라 할 수 있는 만큼, 알파폴드는 생명 과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알파폴드의 최신 버전인 알파폴드 3는 단백질 자체의 구조 예측을 넘어서, DNA나 RNA와 같은 핵산 분자, 그리고 약물로 쓰이는 소분자 화합물과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까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선보였다. 이러한 기능은 신약 후보 물질이 체내 단백질과 어떤 방식으로 결합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신약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는 특정 단백질과 잘 결합하여 효과를 낼 수 있는 약물을 찾는 것인데, 알파폴드의 이 능력은 이를 빠르게 실현하는 데 큰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알파폴드 3에는 여전히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약물과 단백질 간의 상호작용 구조에 대한 예측 성능은 학습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AI 모델은 충분한 양의 고품질 데이터를 기반으로 훈련되어야 예측 정확도가 높아지는데, 신약 개발에 필요한 소분자와 단백질의 결합 구조에 대한 실험 데이터는 대부분 각 제약사 내부에 축적되어 있고 외부에는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이는 마치 유능한 학생이 교과서 없이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과도 같으며, AI가 모든 문제를 제대로 풀기에는 데이터라는 학습 도구가 부족한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인 제약사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애브비, 존슨앤드존슨, 사노피, 베링거인겔하임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AI 구조 생물학 컨소시엄(AI Structural Biology Consortium)’을 결성하여, 각자가 보유한 비공개 실험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AI 모델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들이 보유한 데이터는 수많은 단백질과 신약 후보 화합물 간의 상호작용 정보를 담고 있으며, 어떤 화합물이 어떤 단백질에 잘 맞는지에 대한 고급 지식이 축적되어 있다. 지금까지는 기업 비밀로 인해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던 이 데이터들이 컨소시엄이라는 안전한 협력 틀 아래에서 AI 개발에 활용될 계획이다. 컨소시엄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오픈폴드 3(OpenFold 3)’를 기반으로 자신들만의 AI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오픈폴드 3는 알파폴드의 구조를 토대로 만들어진 공개형 프로젝트로, 누구나 그 코드를 활용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제약사들은 여기에 자신들의 데이터와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특화된 AI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각 제약사가 보유한 민감한 데이터를 외부와 직접 공유하지 않고도 협력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적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페리스(Apheris)’라는 기술 플랫폼이다. 아페리스는 연합 학습(Federated Learning)과 유사한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각 회사가 자체 데이터는 그대로 보유하면서도 공동으로 AI 모델을 훈련시킬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한다. 연합 학습이란 데이터를 모으지 않고도 여러 기관이 공동으로 AI 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도록 설계된 방법으로, 각 데이터 센터에서 모델을 훈련시키고 그 결과만을 공유해 전체 모델을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통해 각 제약사는 데이터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고성능 AI 모델 개발에 참여할 수 있다. 각자의 데이터를 외부로 전송하지 않기 때문에 기업 비밀이 노출될 위험이 없고, 동시에 AI 모델은 다양한 실제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아페리스의 기술은 이런 협력의 중심에서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이러한 컨소시엄의 노력은 알파폴드의 가능성을 넘어서 실제적인 신약 개발 과정에 AI를 깊이 있게 적용하려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만약 이들이 개발하는 AI 모델이 알파폴드보다 더 정확하고 실용적인 예측을 할 수 있다면, 제약사들은 보다 효율적으로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더 많은 환자들에게 빠르게 효과적인 치료제를 제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서로 경쟁하는 입장의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처럼 민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 또 실제로 알파폴드의 한계를 뛰어넘는 AI 성능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과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시도는 AI가 신약 개발이라는 복잡하고 정교한 과제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노년층이 원격으로 의사와 상담하며 알츠하이머 상담을 받는 일러스트. AI 생성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순라 릴리 다이렉트에 새롭게 추가

글로벌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는 알츠하이머병 초기 환자를 위한 치료제 '키순라'를 자사의 온라인 원격의료 서비스 플랫폼인 '릴리 다이렉트'에 새롭게 추가하며, 보다 편리하고 접근성 높은 치료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릴리 다이렉트는 2024년 출시된 이후 다양한 만성질환과 치료제를 지원하는 원격의료 서비스로 자리잡았으며, 이번에 키순라가 추가됨으로써 알츠하이머 환자까지 서비스 대상이 확대되었다. 키순라는 도나네맙이라는 단일클론 항체 성분을 기반으로 한 약물로,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작용을 한다.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는 뇌세포 사이에 쌓이는 단백질 찌꺼기로, 기억력 저하와 사고력 감퇴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왔다. 키순라는 이 플라크를 표적하여 제거함으로써 알츠하이머 진행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약물은 특히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단계, 즉 경도 인지 장애나 경증 치매 단계에 있는 환자들에게 사용하도록 승인되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비롯해 일본, 영국, 중국 등에서도 사용 승인을 받았으며, 임상 시험 결과에 따르면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키순라를 투여한 환자들은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의 근본적인 원인을 겨냥한 치료제 개발이 실제 환자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키순라 역시 다른 치료제들과 마찬가지로 주의가 필요한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한다. 특히 ARIA라고 불리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이 보고된 바 있다. 이는 약물 투여 후 뇌에 일시적으로 부종이 생기거나 미세한 출혈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하며, 대개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수준이지만,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으로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을 고려해 미국 FDA는 키순라 사용 시 ARIA 발생 가능성에 대한 경고 문구를 의무화했으며, 치료 과정에서 정기적인 뇌 영상 촬영과 의사의 관찰이 필요하다. 이번에 릴리 다이렉트에 키순라가 추가되면서, 알츠하이머 환자와 보호자들은 병원 방문 없이도 온라인으로 전문 의료진과 상담하고 진단받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릴리 다이렉트는 화상 상담을 통한 진료뿐 아니라, 환자의 상태에 맞춘 치료 계획 수립, 약물 처방, 복약 관리, 알츠하이머 관련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이는 특히 거동이 불편하거나 병원 접근이 어려운 고령 환자들에게 매우 유용한 기능이다. 릴리 다이렉트는 이미 당뇨병, 비만, 탈모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제와 원격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왔으며, 이번 키순라의 추가로 알츠하이머 분야까지 포괄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일라이 릴리는 질환 중심이 아닌 환자 중심의 접근 방식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약을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치료 전반의 경험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한 키순라는 기존의 알츠하이머 치료제들과 함께 병의 진행을 늦추는 선택지로서 점차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레켐비처럼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들과 함께, 키순라는 다양한 치료 옵션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으며, 각각의 환자에게 맞는 맞춤형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릴리 다이렉트를 통한 접근은 이러한 약물의 혜택을 더 많은 환자에게 빠르고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알츠하이머병 치료에 대한 접근 방식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대면 진료 위주로 이뤄지던 알츠하이머 치료가 원격의료 플랫폼을 통해 보다 유연하게 제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서, 앞으로 의료 서비스의 방향성을 시사하는 의미도 지닌다. 일라이 릴리의 릴리 다이렉트에 키순라가 추가된 것은 기술과 의료의 결합이 실질적인 환자 중심 치료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