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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VLPE 기술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효율 4배 향상1

김현희바이오
ENVLPE를 표현한 그래픽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ENVLPE를 표현한 그래픽 이미지. AI 생성 이미지

바이러스 모사 전달체 ENVLPE 개발로 체내 표적 유전자 편집 현실화

유전자 편집 기술 분야에서 획기적인 전환점을 예고하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미국 UC 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 시스템의 체내 적용을 가로막던 가장 큰 난제였던 효율적인 전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인 ENVLPE(Engineered Viral-Like Particle Envelopes)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바이러스의 외피 구조를 모방해 설계된 비바이러스성 전달체로, 크리스퍼 구성 요소의 세포 내 전달 효율을 기존 대비 최대 4배까지 향상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은 특정 유전자 염기서열을 정밀하게 편집할 수 있는 기능으로 인해 유전 질환 치료, 기능성 유전자 연구, 맞춤형 치료제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실질적으로 치료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크리스퍼 시스템(Cas9 단백질과 가이드 RNA)을 목표 세포 안으로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었다. 기존에는 바이러스 벡터나 지질 나노입자(LNP) 방식이 사용되었으나, 각각 면역 반응 유발이나 낮은 효율성이라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ENVLPE 기술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접근법으로, 바이러스의 감염 메커니즘에서 착안하여 입자의 외피를 항체 기반 단백질로 코팅함으로써 특정 세포 표면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결합하게 한다. 동시에 Cas9-RNP(리보핵단백질 복합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세포 내로 효율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VSVGmut라는 특수 융합 단백질도 적용되었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ENVLPE 시스템은 특정 세포에 대한 표적 전달과 높은 편집 효율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실험에서는 인간화된 면역계를 가진 생쥐 모델에서 ENVLPE를 통해 T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유전자 편집이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T세포에만 선택적으로 Cas9-RNP 복합체가 전달되어 유전자 편집이 이루어졌으며, 간세포 등 다른 비표적 세포에는 편집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ENVLPE가 체내에서 특정 세포를 정확히 골라 편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결과다. 또한 ENVLPE 기술을 활용하면 체외에서 복잡한 조작을 거치지 않고 체내에서 직접 CAR 유전자를 삽입한 CAR T세포를 생성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술적 진전은 유전자 치료의 실질적인 적용 가능성을 크게 높여주는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방식보다 적은 양의 크리스퍼 구성 요소로도 높은 편집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치료 과정의 효율성과 안정성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특히 표적 세포에 대한 정밀한 전달이 가능하다는 점은, 오프타겟(off-target) 효과를 줄이고 의도하지 않은 유전자 손상을 예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처럼 ENVLPE 기술은 특정 세포나 조직을 선택적으로 편집할 수 있는 능력을 바탕으로, 보다 정밀한 맞춤형 유전자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연구팀은 ENVLPE 기술이 실험실 단계를 넘어서 실제 임상 적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안정적인 공정 개발과 함께, 장기간 체내에서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편집 기술이 실질적인 치료 기술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ENVLPE 기술이 계속해서 발전하고 최적화된다면, 유전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공하고, 생명과학 전반에 걸쳐 또 다른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희

유전체 분석, 세포 치료제,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깊이 있게 추적해 왔습니다.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및 산업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탐색하며, 정책·규제와 기술 상용화의 접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AI 기반 분석 도구와 생물정보학 기술이 실험 설계와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기초 과학부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관점을 연결해 바이오 분야의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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