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 최초의 GLP-1 알약 오포글리프론 임상 3상 통과

주사 대신 먹는 GLP-1 치료제로 편의성과 효과 모두 잡은 오포글리프론
당뇨병과 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만성 질환으로, 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제약회사 일라이 릴리가 개발 중인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은 기존의 치료제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대부분 주사제로만 존재했던 GLP-1 계열 약물의 특성을 극복하고, 먹는 알약 형태로 개발되었다는 점에서 오포글리프론은 당뇨병과 비만 치료 분야에 새로운 흐름을 예고하고 있다.
오포글리프론의 핵심은 우리 몸에서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GLP-1(Glucagon-Like Peptide-1) 호르몬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GLP-1은 식사 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위의 배출을 지연시켜 포만감을 유지하게 하며, 뇌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이 호르몬의 작용이 부족한 경우가 많고, 비만 치료에도 이 원리를 응용한 약물들이 사용된다. 지금까지 GLP-1 작용제는 대부분 단백질 구조로 되어 있어 위장관에서 쉽게 분해되었기 때문에 주사제로만 사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포글리프론은 소분자 형태의 비펩타이드 기반 화학물질로 구성되어 있어, 소화기관을 통과해도 분해되지 않고 체내에 흡수되어 약효를 낼 수 있다.
알약 형태의 이 약은 복용의 편리함에서도 큰 장점을 지닌다. 하루에 한 번, 물 없이도 복용할 수 있으며 식사 시간과 무관하게 먹을 수 있다. 이는 주사제를 꺼려하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요소이다. 특히 만성 질환의 특성상 매일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환자가 복용 지시를 잘 따를 수 있는 ‘복약 순응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의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임상시험 결과도 고무적이다. 제2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 559명을 대상으로 약 10개월 동안 진행된 3상 임상시험에서 오포글리프론은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 두 분야에서 모두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 가장 높은 용량인 36mg을 복용한 환자 그룹은 평균적으로 7.3kg의 체중이 줄었고, 혈당 조절의 주요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수치도 평균 1.6%포인트나 낮아졌다. 더 주목할 점은 참가자의 65% 이상이 당뇨병 기준 수치 이하로 HbA1c를 낮췄다는 것이다. 이는 GLP-1 작용제가 가진 혈당 강하 효과를 충분히 입증하는 결과로 평가된다.
안전성 면에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주요 부작용은 메스꺼움, 설사, 소화불량 같은 위장 관련 증상에 그쳤으며, 간 손상이나 심각한 부작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다른 GLP-1 계열 약물에서도 흔히 보고되는 수준의 부작용이기 때문에 전반적인 안전성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포글리프론은 여러 측면에서 기대를 모은다. 주사 공포로 치료를 꺼리던 환자들에게는 주사 없는 복용 방식이 치료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알약 형태는 냉장 보관이 필요 없고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자의 복용 편의성뿐 아니라 약국과 유통 과정에서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소분자 화학 약품은 생산 공정이 단백질 기반 생물학적 제제보다 간단하고 비용 측면에서도 효율적이어서, 대량 생산과 안정적인 공급에도 유리하다. 특히 일부 주사제들이 수요 증가로 공급 부족을 겪은 최근의 상황을 감안하면, 이 점은 상당한 경쟁력이 된다.
오포글리프론은 하나의 약으로 당뇨병과 비만이라는 두 가지 질환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약물 복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복합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러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2025년 말까지는 비만 치료 목적의 허가를, 2026년까지는 제2형 당뇨병 치료 목적의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더불어 오는 6월 열리는 미국당뇨병학회(ADA)에서 전체 임상 데이터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 향후 공개될 세부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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