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위원회, "중국의 생명공학 질주, 미국 안보에 장기적 위협"… 대규모 투자 및 규제 강화 권고

미국 초당파 위원회 보고서 중국 기술 무기화 가능성과 대응 필요성 강조
미국 의회 산하 초당파 위원회인 ‘신흥 생명공학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ational Security Commission on Emerging Biotechnology)’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생명공학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술 발전이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국가 안보에 중대한 장기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생명공학이 인류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는 기술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질서 속에서의 국가 간 기술 경쟁과 안보 문제에서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생명공학은 질병 치료, 식량 생산, 신소재 개발 등의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기술로, 과학기술 발전과 국가 경제에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년간 생명공학을 국가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엄청난 규모의 재정을 투자함으로써, 기존의 기술 모방 수준을 벗어나 자체적인 기술 혁신 능력을 보유한 강국으로 떠올랐다. 그 결과 중국의 생명공학 기업들은 기술적 자립과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과의 기술 경쟁에서 중국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지목된다. 미국의 유수 벤처캐피털과 다국적 제약사들도 이 같은 중국의 기술력에 주목하며 투자와 협력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이러한 협력이 자칫 미국의 기술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민감한 정보가 중국에 유출될 수 있는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고서는 특히 유전자 편집, 합성 생물학 등 중국이 빠르게 확보하고 있는 첨단 생명공학 기술이 군사적 용도로 전용될 가능성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유전자 편집 기술은 특정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삽입하는 방식으로 인간의 유전적 특성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고, 합성 생물학은 기존 생물체의 기능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거나 새로운 생명체를 설계할 수 있는 분야이다. 이러한 기술들이 생물학 무기 개발, 특정 인종을 표적으로 한 병원체 설계, 병사들의 신체 능력 강화 등 국방 분야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원회는 생명공학의 무기화 가능성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다.
위원회는 미국이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즉시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핵심 권고 사항 중 하나는 향후 5년간 150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여 미국 내 생명공학 연구 개발을 대폭 강화하고, 특히 의약품과 관련 제품의 국내 생산 역량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발생했을 때 자국 내에서 필수 물자를 확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팬데믹 당시 외국에 의존하던 의료 물자의 공급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가 안보 차원에서 국내 생산 체계의 중요성이 대두된 바 있다.
또한, 보고서는 미국 기업과 연구기관들이 중국의 특정 생명공학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을 신중히 재검토하고 필요 시 제한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대신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들과의 국제 공동 연구를 강화하여 중국의 기술적 영향력 확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이는 기술과 정보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 하에, 동맹국 간 협력을 통해 기술 발전을 추진하자는 의미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는 대통령 직속 ‘국가생명공학조정사무소(National Biotechnology Coordination Office)’를 신설해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생명공학 관련 정책을 조율하고 전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동시에, 국가 안보와 직결된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생명공학 전용 펀드 조성도 제안되었다. 이러한 조치들은 미국이 기술적 주도권을 유지하고, 미래의 기술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적인 정책 전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권고가 실제로 입법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정치적 현실이라는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로, 중국 생명공학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바이오시큐어 법안(Biosecure Act)’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으로 인해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지만, 구체적인 규제 방안 마련이나 대규모 예산 투입에 대한 정당 간 합의는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국가 전략인 ‘중국제조 2025(Made in China 2025)’ 정책을 통해 생명공학을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술의 자립도를 높이고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위원회가 제안한 과감하고 체계적인 대응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며, 단기적 접근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적 안목과 정책 일관성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로 제시된다.

유전체 분석, 세포 치료제, 합성생물학 등 첨단 바이오 기술과 산업의 흐름을 깊이 있게 추적해 왔습니다. 생명과학의 연구 성과가 실제 의료 및 산업에 어떻게 접목되는지를 탐색하며, 정책·규제와 기술 상용화의 접점에도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AI 기반 분석 도구와 생물정보학 기술이 실험 설계와 해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하고 있으며, 복잡한 개념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지닙니다. 기초 과학부터 산업 현장까지 다양한 관점을 연결해 바이오 분야의 전체적인 맥락을 조망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