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품난 극복한 라즈베리 파이의 반등 조짐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저가형 컴퓨터 제조업체 라즈베리 파이(Raspberry Pi)는 2024 회계연도 실적 발표를 통해 다소 엇갈린 재무 성과를 드러냈다. 특히 이익 측면에서 눈에 띄는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라즈베리 파이는 2024 회계연도 세전 이익이 1,630만 달러에 그쳤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무려 57%나 줄어든 수치다. 이처럼 큰 폭의 이익 감소는 회사가 팬데믹 시기부터 겪어온 부품 부족과 공급망 혼란의 여파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적인 공급 지연과 물류 차질은 라즈베리 파이의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이로 인해 발생한 재고 관리의 어려움이 수익성 저하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라즈베리 파이 측은 이러한 문제들이 이제는 대부분 해소되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공급망 안정화가 이루어지면서 재고 상황도 정상이 되었고, 이에 따라 올해에는 수요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는 이와 같은 변화를 통해 다시 성장 궤도에 오를 준비를 마쳤다는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매출 부문에서는 전년 대비 2% 줄어든 2억 5,95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익 감소에 비해 매출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에, 라즈베리 파이의 제품 수요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음을 시사한다. 라즈베리 파이는 제품을 단가 낮은 소형 컴퓨터로 유명하지만,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고성능 제품군도 꾸준히 선보이며 시장을 다변화해왔다. 이를 보여주는 예가 바로 2023년 10월에 출시한 '라즈베리 파이 5'다. 이 제품은 이전 모델보다 월등한 성능을 갖춘 고성능 모델로 평가받으며 출시 이후 190만 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특히 이 제품은 가격이 비교적 높게 책정된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꾸준히 이어졌고, 이로 인해 전체 제품 평균 판매 가격(ASP)이 7%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라즈베리 파이가 가격 대비 성능이라는 기존의 강점을 유지하면서도 제품 가치 상승을 이끌어낸 사례로 평가된다. 재무 지표 중 조정 EBITDA는 3,720만 달러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등을 제외한 수익을 의미하는 지표로, 기업의 실질적인 영업 성과를 보여준다. 이 수치는 전년 대비 15% 줄어든 것이지만 금융 시장 분석가들의 전망치보다는 다소 높은 수준으로,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은 크지 않았다. 라즈베리 파이는 2024년 6월 런던 증권거래소(LSE)에 상장을 완료하며 기업으로서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상장 당시 기업 가치는 5억 4,2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7억 달러로 평가되었고, 이는 시장의 높은 관심과 기대감을 반영한 결과였다. 상장 직후 주가는 투자자들의 관심 속에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후에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라즈베리 파이 제품이 활용되는 산업 환경의 변화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변동성을 나타냈다. 이러한 주가 흐름은 상장 기업이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과로 풀이된다. 라즈베리 파이의 사업 구조에서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미국 시장의 비중이다. 전체 매출의 약 3분의 1이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라즈베리 파이에게 핵심 시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라즈베리 파이의 주요 생산 거점이 영국 웨일스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이 심화되며 등장한 관세 문제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는 장점을 제공한다. 만약 라즈베리 파이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면, 미국의 관세 정책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지만, 영국 생산을 통해 이러한 위험을 어느 정도 회피할 수 있었다. 다만 미국의 무역 정책은 국제 정세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지정학적인 요인은 여전히 라즈베리 파이의 장기적인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기업은 이러한 외부 변수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있으며, 유연한 대응 전략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즈베리 파이는 교육용 소형 컴퓨터로 시작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는 범용 마이크로컴퓨터 제품군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왔다. 최근에는 취미용 DIY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산업 자동화, 연구개발 등 전문적인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수요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라즈베리 파이는 이러한 다양한 시장 수요와 기술 혁신을 바탕으로 재도약을 준비 중이며, 이번 런던 증시 상장은 이를 위한 자금 조달과 기업 이미지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